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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방랑 여행기/남극 -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대충대충 남극 여행기 #1 - 미지의 대륙 남극으로 가는 길

by 생기방랑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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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대륙!

남극으로의 여행!

 

세계적인 관광지 - 남극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대륙" - 남극으로의 여행을 부추기는 그럴싸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남극은 가기 힘든 곳이죠. 어지간한 용기와 돈을 쓸 마음, 시간, 긴 여행을 견딜 수 있는 의지가 있어도 '갈까 말까', 또는 '그 돈과 시간으로 다른 데 가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남극은 여행을 다닐 만큼 다녀본 사람들이 은퇴 후에 갈 마지막 여행지로 꼽기도 하는 곳입니다. 

1년에 2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남극을 찾습니다. 각 도착 지점마다 한 일행이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 뿐, 실제로는 대략 1시간 전쯤 수십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랑객이 서 있는 남극의 눈밭에 왔다간 셈이죠.

 

 

관광객이 갈 수 있는 지역은 칠레와 가까운 남극반도 일원

많은 사람이 이미 다녀갔다는 것 외에 남극여행에 김 빠지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른바 남극여행은 남극점으로 가는 여행이 아닌 칠레를 향해 팔을 뻗은 형상인 남극반도 주변 정도만 여행한다는 것이죠. 남극반도 주변의 섬들을 주로 여행하고 남극대륙에는 한 코스 정도 발을 딛게 됩니다.

 

물론 남극점으로 가는 여행상품도 있습니다. 남극점 가까운 곳까지 비행기로 간 후, 얼마 간의 육지 여행을 통해 남극점으로 가는 코스가 있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극여행은 지구 상에서 더없이 매력적인 여행임에 틀림없습니다. 인류의 흔적이 거의 없는.. 버려진 땅일 수도, 혹은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낙원일 수도 있는 신비로운 세상을 방문한다는 무지막지한 매력이 있습니다.

 

 

남극여행에 덤으로 따라오는 남미여행

남극여행을 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칠레의 최남단 도시 푼타 아레나스에서 비행기로 시작하는 방법과 아르헨티나의 최남단 도시 우수아이아에서 배를 타고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과반수 이상의 남극여행이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배를 타는 여정입니다.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더 싸고 여행기간도 깁니다. 하지만 큰 단점이 있죠. 지구 상에서 가장 거친 바다라는 남미와 남극반도 사이의 드레이크 해협을 2~3일간 여행하며 뱃멀미와 싸워야 한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비행기 상품은 칠레 푼타 아레나스에서 출발하는데, 파도와 싸우는 편도 2~3일의 시간을 단 3시간 정도로 줄일 수 있고 배멀미 걱정도 없습니다. 두 도시 모두 오지에 가깝기 때문에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수도에 내려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죠. 결국 남극여행 앞뒤로 남미여행이 덤으로 따라붙게 됩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평생 가기 힘든 남미여행을 '어쩔 수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죠.

 
 

은퇴 노부부들이 이루는 꿈의 여행

방랑객이 남극여행을 다녀온 건 2007년 11월, 당시로도 남극여행 패키지에만 700만원 이상의 돈을 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미까지 가는 항공편에 이러저러한 잡비를 더하면 1천만원이 넘는 돈이 든 셈이죠.

함께 여행할 일행을 만나서 놀라웠던 게 2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는 여행객 중 많은 사람들이 은퇴한 서양 노부부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분들은 남극여행을 꿈꾸며 돈을 모아 왔다고 합니다. 호기심과 모험심에 남극으로 뛰어든 젊은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성급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칠레 호텔과 크루즈 선실 룸메이트였던 프랑스인 브루노 할아버지. 이분도 남극여행이 3번째라고 했다.

 

두 번째 놀라운 점은 남극여행 유경험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을 두차례 이상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삼삼오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남극의 옛 지도를 보며 남극 탐험사를 공부하거나 남극의 동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학구파들도 많았습니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카메라만 만지작거리는 제 자신의 인문학적 기반이 매우 얇다는 부끄러움이 들 정도였죠.

 

 

신의 허락이 필요한 남극여행

남극여행만큼 변수가 많은 여행도 없을 것 같네요. 남극여행을 시작하기 전, 여행사에서 보내주는 안내문에는 '여행 마지막 날로부터 최소 1주일 이상 중요한 약속을 잡지 말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행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여행 후 일상에서의 중요한 약속은 1주일 후에나 잡기 시작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조건도 들어있습니다. " 정해진 날에 날씨가 좋지 않아 남극으로 출발하지 못하게 되면 이틀을 더 기다린다. 3일째에도 출발을 하지 못하면 남극여행은 취소된다. 대신 남미의 관광지인 파타고니아 여행으로 대체되며 여행비용의 50%를 돌려준다."

 

남극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지 못할 때의 조건도 있었습니다. "만약 정해진 날에 남극에서 출발하지 못하면 칠레 남극기지에 있는 호텔에 투숙한다. 투숙비용은 여행객이 각자 부담한다."

 

 

지금은 규제가 완화되었을 수도 있지만, 2007년 당시 남극에 가려면 국방부와 외교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칠레 현지 여행사에 의사가 발급해주는 건강확인서와 10억원 정도의 구조보험 가입증서도 제출해야 했죠. 그러나 무엇보다 남극여행은 날씨, 즉 신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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