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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가의 잡글

국제방송장비전시회 NAB2023 참관기

by 생기방랑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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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을 맞은 세계최대 규모의 방송장비전시회 NAB 2023


NAB Show는 미국방송협회 NAB (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가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하는 방송장비전시회입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방송장비전시회입니다. 비슷한 규모의 방송장비전시회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매년 가을 개최되는 방송장비전시회 IBC를 들 수 있습니다. 올해 NAB Show에는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1천여 개의 기업이 전시사로 참여하며 약 5만 명이 참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규모가 큰 업체로는 신흥 강자로 꼽히는 블랙매직디자인, 방송기술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소니를 비롯해 캐논, 파나소닉, 어도비, 아비드 등 범용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 분야의 업체들이 있고 게이츠에어, 매트록스, 아자 등 방송기술 전문가 정도 되어야 알 수 있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송신기, 제작용 서버 시스템 등 기업형 설비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DJI, ZHIYUN, INSTA360 같은 1인 미디어 장비 업체들도 부스를 낸 것으로 보아 영상 콘텐츠 제작 주체가 기업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크게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방송 콘텐츠가 네트워크에 올라타기 시작하면서 네트워크, 클라우드 관련 기업들도 많이 보입니다. AWS 아마존 웹 서비스, MS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기업들이 방송장비전시회에 부스를 차린 것도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송하는 방식에 IT 및 네트워크 기술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모두가 "CONNECTED"를  외치는 시대


NAB 2023의 가장 큰 화두는 "CONNECTED"라 할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연하고 유일하다고 생각되었던 제작 프로세스인 "특정한 공간과 장비에 콘텐츠를 저장하고 제작한 후 결과물을 배포하는 오프라인 방식"이 앞으로는 "어디서든 접속 가능한 클라우드에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제작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다양한 의견 또한 제작에 반영하는 온라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온라인 & 클라우드 솔루션을 내놓는 업체들이 많았습니다.

 

블랙매직디자인 - 다빈치 리졸브

헐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들이 애용하는 컬러 그레이딩 소프트웨어 다빈치 리졸브를 보유한 블랙매직디자인은 최신 버전에 제작 편집에서 색보정으로 이어지는 영상을 클라이언트에게 링크 형태로 보내 클라이언트가 편집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빈치 리졸브 최신 베타 버전에는 NLE 소프트웨어로는 최초로 "틱톡"에 콘텐츠를 바로 업로드하는 메뉴, 여기에 틱톡이 세로형 버티컬 비디오인 점까지 고려하여 피사체를 자동으로 트래킹하는 기능까지 추가되었습니다. 과거 애플의 파이널 컷 프로가 테이프 캡쳐 기능을 없애고 유튜브 업로드 메뉴를 추가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파이널 컷 프로가 전문가용을 포기하고 일반인용으로 셀프 다운그레이드했다"는 비판을 하곤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애플이 영상 콘텐츠 제작의 주체가 글로벌 스튜디오는 물론 일반 개인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다빈치 리졸브는 영상 편집을 영상 기반이 아닌 인터뷰 텍스트를 보면서 스크립트 기반으로 편집을 하는 기능을 추가하였는데 이는 아비드의 프리미어 프로에도 추가된 기능으로 텍스트 에디팅이 새로운 편집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소니 - Live Production & Scalable Production

소니 역시 HECV의 압축률을 대폭 강화하여 원본과 다름없는 화질의 프록시 영상을 클라이언트와 공유할 수 있는 코덱을 시연했습니다. 실시간 영상의 공유에는 전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인데, 소니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Low Latency' 라 표현하는 '저지연' 기술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소니는 또한 제작 장비를 풀세트로 갖춘 중계차가 현장에 나가는 대신, 카메라와 최소의 전송장비만 현장에 투입하고 현장의 영상을 본사로 전송받아 실시간 원격 제작을 하는 솔루션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소니의 라이브 프로덕션 솔루션은 핸드폰 전송망으로도 활용이 가능한데,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의 마라톤 대회에 꼴찌 그룹을 팔로우하며 영상을 제작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마라톤 선두 그룹에는 당연히 고비용과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지만 꼴찌 그룹처럼 다양한 상황에 관심을 갖는 시청자들을 위해 저비용으로 활용 가능한 이 솔루션을 활용해 별도의 영상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소니는 서버 공유 구조의 스튜디오 제작 솔루션도 내놓았습니다. 기존의 1 Studio - 1 Control Room이라는 고전적 제작 시스템이 아닌 중앙 집중형 서버를 설치하고 서버 자원을 제작 규모에 따라 적절히 배분해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중앙에 5대의 서버가 설치되어 있다면 대형 스튜디오의 대규모 프로그램 제작에 서버 자원을 전량 투입할 수도 있지만, 3개의 소형 스튜디오에서 동시에 프로그램 제작이 진행된다면 5대의 서버를 1대, 1대, 3대 등으로 분배하여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편집 시스템도 소니의 흥미로운 솔루션이었습니다. 특히 스포츠 중계에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 하는데 골 성공, 실패, 파울 등 사전 세팅된 규칙에 따라 AI가 실시간으로 관련 영상들을 분류합니다. 제작자가 경기를 보며 시간에 쫓기며 영상을 분류하지 않아도 AI가 주제별로 영상을 자동 분류하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제작이나 실시간 리플레이가 유용할 수 있습니다.

 

C2C (Camera rto Cloud) - 어도비 frame.io

이번 NAB에서 신선하게 와닿는 단어 중 하나가 C2C, 즉 Camera to Cloud였습니다. 촬영하는 영상을 클라우드에 올려 원격 제작은 물론 공유와 협업을 진행한다는 개념인데, 참가사 부스에서 진행하는 짧은 교육 프로그램들 중 강연자가 frame.io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frame.io는 어도비사의 영상 공유 어플리케이션으로, 촬영한 영상을 frame.io에 업로드하거나 실시간 업로드하면 제작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이 영상에 대한 코멘트를 달고 이를 영상 제작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영화제작자 그레이엄 셸던 등 제작자들이 Camera to Cloud, 소규모 제작진과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상제작에 관한 짧은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들 역시 원격 제작과 협업에 frame.io 같은 협업툴 활용을 제시했습니다. 아직 실시간 편집까지는 되지 않으며, 프리미어에서 온라인 폴더로 영상을 확인한 후 필요한 클립들을 다운로드하여 편집할 수 있습니다. 제작 단계별로 스태프들이 세분화되어있지 않고 영상클립의 메타데이터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 우리나라 제작 관행에는 아직 거리감이 있어 보이지만 대형 제작에서는 점차 활용도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Connected Camera & NDI

JVC를 비롯한 여러 카메라 제조사들은 카메라에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하고 ENG 또는 핸드헬드 카메라에 랜 케이블을 연결하면 실시간 영상신호를 본사 또는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는 기능을 구현하였습니다. 과거 카메라에는 없던 랜 포트가 카메라에 장착되고 SDI 케이블 대신 랜 케이블이 연결되는 장면도 새롭습니다.

 

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카메라에 네트워크 어댑터를 설치해 유선 또는 무선 방식으로 영상을 전송하는 장비를 ATOMOS 등에서 출시하였습니다. 아토모스에서는 모니터를 겸한 무선 네트워크 전송 장비를 자사 클라우드 스튜디오에 연결한 후 호주에 있는 편집자와 전송 딜레이가 없는 영상을 실시간 모니터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시연하기도 했습니다. 

 

배터리가 주력 상품인 SWIT라는 업체도 네트워크 전송과 전원 공급 등을 동시에 구현하는 어댑터를 선보였습니다. 아토모스 제품과 마찬가지로 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카메라에 네트워크 기능을 구현하는 액세서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을 살피며 알게 된 또 하나의 개념이 NDI - Network Device Interface입니다. 뉴텍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네트워크 비디오 전송용 코덱으로 무손실, 압축, 무지연 등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들을 하나의 랜케이블로 해결할 수 있고, 전원 공급까지 병행할 수 있어 스튜디오는 물론 필드 제작에서도 큰 효율이 기대됩니다. 방송기술 전문가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개념이겠지만, 촬영 현장에서 많은 조건을 갖춰야 하는 피디나 카메라 감독에게도 일손을 크게 덜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상 스튜디오의 약진


소니 부스의 한국 담당자의 견해로는 코로나 팬데믹이 원격 제작의 촉발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대규모 스태프들이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할 수 없어 시작된 원격 제작이 비용 절감과 효율성이 크다는 걸 업계에서 알게 되었고 관련된 솔루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격제작과 함께 주목받는 솔루션이 가상 스튜디오입니다. 이음새 없는 크로마 스튜디오가 고전적 가상 스튜디오였다면 이제는 고해상도 모니터 월과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가상 스튜디오 솔루션들이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동형 가상스튜디오를 선보인 업체도 있었습니다. 트레일러로 이동 가능한 컨테이너형 스튜디오에 조명과 스크린을 설치하고 실제 차량이 달리는 장면을 시연했는데 영상의 사실감이 높아 많은 참관객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소니 또한 가상 스튜디오 솔루션을 선보였는데, 시연하는 모니터월은 아주 비싼 제품으로 국내에는 들여오지 않고 헐리우드 같은 영화계의 수요에 따라 판매된다고 합니다. 소니의 강점인 센서를 활용하여 카메라가 피사체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보다 자연스러운 배경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참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가상 스튜디오도 있었습니다. 참관객이 오토바이 세트에 오르면 액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배경이 플레이되고 로봇암이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연출하며 박진감 넘치는 추격씬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가상현실 솔루션들은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OTT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며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NAB의 역사, 방송의 역사


전파와 방송장비를 넘어 IT, 네트워크,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NAB SHOW 2023이지만 NAB 100년을 기념하는 작은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오래전 방송장비들을 전시하고, 그 장비들을 운용했던 백발의 스태프들이 부스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방송에 대한 자부심으로 한 시절을 보냈을 이들의 모습, 그 열정을 쏟아부었을 방송장비들의 모습이 마치 퇴역 군인들을 마주하는 듯한 숙연함마저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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