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4일 기준)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는 변이바이러스국가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고위험국가에 속합니다.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이 고위험국가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프리카로부터 입국을 하게 되면 경우를 했거나, 직항을 탔거나에 상관없이 1박 격리를 하게 됩니다.
에티오피아를 출발해 두바이를 경유한 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방랑객은 일찌감치 백신을 2차례 모두 접종하고 국내백신접종완료자의 해외 입국 시 격리면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1박 격리를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방역당국의 정책이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늘 같을 수는 없지만 2021년 10월 기준, 아프리카로부터 입국 시 임시격리시설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합니다. 장례식 참석 등 인도적 격리면제서를 가진 경우 곧장 집으로 갈 수도 있지만, 어차피 집으로 가도 보건소에서 1일 차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격리상태와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전 낙타고기 해프닝이 있었던 중동호흡기감염병 메르스 MERS 때와 똑같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탑승교를 벗어나자마자 검역이 시작됩니다. 2020년 11월에도 이런 모습이라 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처음 이런 상황을 접한 분들은 빠른 걸음으로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겠다는 계획이 초장에 무너져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비행기 안에서 이미 3장의 신고서 양식을 받았습니다. 늘 보는 세관신고서와 건강상태 조사양식 외에 특별검역 신고서가 또 있습니다. 이 중 건강상태 신고서와 특별검역 신고서, 그리고 외국에서 받아온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어느 나라에서 출발했는지, 백신접종을 다 했는지, 자가격리면제서가 있는지 등을 구분합니다. 이후 승객의 갈 길이 달라지게 되죠.
그래도 코로나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서인지, 방역당국 직원분들의 일처리와 승객인솔도 빨라지고 승객들도 별다른 불평 없이 통제에 잘 따르는 분위기였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재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검역 부스는 복도 한가운데 4개가 있지만 빠른 일처리를 위해 4개의 임시 부스를 더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부스 한 곳에서 목소리가 커집니다. 한 외국인이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출하기는 했는데 제출기한이 지난 음성확인서였습니다. 이 외국인은 음성확인서 날짜는 지났지만 새로 검사를 또 받았고 문자로 음성 통보가 왔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문자로 받은 음성 통지는 음성확인서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두바이를 거쳐 왔으니, 어느나라에서 왔는지를 속일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 부스에 외국에서 받아온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 데다, 이미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서류에 고위험국가로부터 들어오는 승객 명단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서류를 슬쩍 엿보니 이 비행기에는 방랑객 외에 2명의 아프리카 출발 승객이 더 있었죠.
이 첫번째 부스에서 [외국에서 받은 음성확인서], [노란색 건강상태신고서]를 제출합니다. 직원분들이 승객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예방접종은 완료되었는지, 음성확인서는 진짜인지,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등을 모두 확인한 후 여권에 몇 개의 분류 스티커를 붙여주고, 몇몇 분류자들에게는 색깔로 구분되는 목걸이를 걸어줍니다. 딴 데로 튀지 못하게끔 조치를 취하는 것이죠.
방랑객은 고위험국가 에티오피아에서 들어왔고, 국내예방접종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음성확인서도 제출했죠. 그래서 3개의 스티커가 붙게 되었고 아마 에티오피아 등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대상국A로 분류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검역부스에서 특별검역신고서에 확인 도장을 받아 입국심사대로 가야 합니다. 방랑객은 검역관이 도장을 빠뜨리는 바람에 먼 거리를 다시 되돌아가 도장을 받아왔습니다.
만약 격리면제서를 제출했다면 여권에 격리면제서 제출 스티커가 또 붙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검역부스에서는 여권에 붙여주는 스티커 외에 색깔별 목걸이를 걸어줍니다. 노란색, 빨간색, 검정색 등이 있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영 기분이 좋지 않은) 검은색 목걸이를 줍니다. 이 목걸이는 격리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목에 걸고 있어야 합니다.
목걸이를 걸고, 스티커가 붙은 여권과 방역당국의 도장이 찍힌 특별검역신고서를 들고 입국심사대로 가면 심사관이 주소를 물어봅니다. 심사관의 컴퓨터에는 모든 입국 승객의 거주지다 다 뜨는 모양입니다.
작년 11월에는 자가격리 앱을 깔고 확인을 하고 하던 절차로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자가격리앱 설치 부스가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입국심사도 빠르게 진행이 되었고 짐을 찾는 과정, 세관을 통과하는 과정은 오히려 승객이 줄어들어 빠르게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바깥으로 나오면 평소 보던 공항 입국장 로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있습니다. 방역복을 입은 분들이 승객들을 인솔하고 경찰관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인천공항과 각 도시, 시내를 연결하는 공항버스는 거의 대부분이 끊긴 상태이고 몇몇 지자체에서 지역민들의 출입국을 돕기 위해 자체 버스를 운영하는 정도만 남아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이곳에서 KTX 광명역으로 가는 해외입국자 전용버스를 기다리다, 마침 그날이 버스회사 파업날이라 결국 4명이 분담하여 콜밴을 타고 광명역으로 갔었습니다. 오늘은 무조건 임시 숙박시설에서 1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꼼짝없이 시키는 대로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인솔할 승객이 어느 정도 모여야 이동을 할 수 있는데, 이 기다리는 시간 동안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이나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료를 마시는 것 외에 음식을 먹는 것은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금방 숙소로 안내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로비 앞에 승객들이 모이자 공항 서편의 또 다른 공간으로 승객들을 안내했습니다. 이곳에서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인데 어디서 왔는지 명단을 새로 작성하기 때문에 여권과 탑승권을 또 보여줘야 합니다. 인천공항에 내렸다고 탑승권을 버리거나 깊숙한 곳에 넣어버리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분류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서 노란색 목걸이와 검은색 목걸이를 한 사람들, 빨간색 목걸이를 한 사람들의 대기공간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숙소까지의 인솔은 경찰관이 직접 담당을 합니다. 말 안 들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미겠죠? 격리 숙소에도 늘 경찰관이 상주합니다.
이런, 아무도 미리 안내해주지 않았지만 앞쪽에 걸린 엑스배너를 고배율 카메라로 당겨 찍어보니... 촤대 2시간을 대기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버스 한 대에 탈 20명이 모여야 출발하는 방식입니다.
에티오피아 교민 단체 메신저 방에 "에티오피아로부터 입국 시 무조건 격리 1박" 정보를 알렸더니 근처 하얏트호텔에서 1박을 했다는 경험담이 올라옵니다.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고급 호텔에 코로나 덕분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인가..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기내식에 따라 나왔던 물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간식거리로 먹을 초콜릿과 기내식 빵도 들고 나왔는데 물만 마시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버스로 가는 시간, 20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인솔자를 따라 버스에 오릅니다. 보통의 고속버스를 타듯 짐은 짐칸에 싣고 2자리에 1명씩 앉아갑니다. 좌석배치가 미리 되어있지는 않고 아무 자리에나 앉으면 됩니다.
버스에 오르는데 인솔 직원들이 'R~ R~'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인천공항 근처의 R호텔로 가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죠. 물론 결론은 아니었습니다. 용인에 있는 R호텔로 80분을 달려가는 운명이었습니다.
버스에 오르면 앞쪽 모니터에 호텔 이름들이 있습니다. 행선지 안내를 폴더 이름으로 대신하는구나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호텔 이름 폴더 안에 그 호텔까지 가는 시간을 안내하는 안내방송 음성파일이 들어있었습니다. 꼼짝없이 용인 R호텔이 낙점된 것이죠.
모니터에 떠 있는 호텔로는 더트리니, 라마다용인, 로열엠포리움, 마리나베이, 베르누이, 베스트웨스턴, 소테츠명동, 에어스카이가 있었고 나머지 몇 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짜로 80분을 달려 용인으로 향합니다. 중간에 2터미널에 들려 대한항공 편으로 들어오는 승객들을 또 태우기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립니다.
인천 시내나 서울 명동에 있는 호텔에서 격리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용인까지 간다는 건 충격이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부산으로 가야 하는데, 용인에서는 공항도 기차역도 멀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었죠. 버스 뒤편에서는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가서 자가격리하는 건데'라는 불평이 터져 나왔습니다.
진짜로 80분을 달려, 용인에 있는 R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아마 이곳은 코로나 이전에 애버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호텔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소독약 통을 든 방역요원들이 이미 마중을 나와있습니다.
이 분들은 승객들이 내리기 전 목에 건 목걸이를 회수하는 동안, 화물칸을 먼저 열어 소독약을 뿌리고 승객들이 가지고 탄 짐을 한데 모아 소독약을 또 뿌립니다. 이 호텔은 무조건 7일, 14일짜리 격리를 해야 하는 외국인들을 수용도 하고, 1박을 하며 코로나 검사 결과를 받아야 하는 내국인들도 수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짐을 모두 찾은 승객들은 로비에 설치된 강의실 같은 의자에 앉아 또다시 서류를 작성하고 코로나 검사를 한 후 다음 날 아침 10시 퇴소까지 1인 1실에 배치되어 하룻밤을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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