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생기방랑
생기방랑 여행기

2021년 9월 에미레이트항공 탑승기 #2 (인천→두바이→아디스아바바)

by 생기방랑 2021. 11. 19.
반응형

방랑객은 에미레이트항공 스카이워즈 실버 멤버입니다. 실버 멤버가 되면 비즈니스 클래스 체크인 카운터를 이용할 수 있고, 비즈니스 클래스와 퍼스트 클래스 손님들이 비행기에 오를 때 같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두바이 행 탑승교를 내려가는 길, 유리창 너머로 2시간 늦게 출발하는 아부다비 행 에티하드 비행기가 보입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이코노미 구역을 ZONE A,B,C 등으로 나누고 구간별로 순차 탑승을 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승객들은 일순간 혼란을 겪게 되죠. 실버 이상의 멤버가 되면 대한항공의 모닝캄처럼 일반석 승객들보다 먼저 비행기에 오를 수 있어 좋습니다.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은 비행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찍 타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이코노미 주제에 비즈니스보다 먼저 비행기에 오르는 게 쑥스럽기도 하지만, 승객이 아무도 없는 비행기에 가장 먼저 오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머리 위 선반 공간을 선점하기도 좋지요.

에미레이트항공 보잉777의 일반석 모습입니다. 3-4-3열 배치이며 나름 쾌적한 공간을 자랑합니다. 개인형 모니터의 크기를 보면 옵션이 잘 들어온 비행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보잉777은 세부 기종이 대락 3가지가 있는데 이 기종은 개인 모니터가 크게 붙은 '중간 옵션'의 비행기로 보입니다. 손바닥만 한 모니터가 있는 낮은 옵션의 777도 있고, 큰 모니터와 함께 자리마다 리모컨,  220V 전원, USB 전원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높은 옵션의 기종도 있습니다.

 

 

 

'생기방랑'에서 업로드한 동영상

 

portlockroy.me

 

이 비행기는 좌석 아래쪽에 전원 플러그를 꽂을 수 있게 되어 있네요. 예전 유럽을 주로 다닐 때에는 비행기를 타면 노트북 전원을 꽂고 서류작업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찾아 재미있게 보곤 했는데, 아프리카를 다니면서는 자는 걸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손님이 많이 없습니다. 지금보다 코로나가 더 심각했던 작년 11월에는 승객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중국인 환승객이 가득 몰려와 큰 혼란을 겪었었죠. 오늘은 승객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속 카운터에서 직원 분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잘 알아듣지 못했는데 그분 말씀인 즉, 오늘은 승객이 많지 않아 빨리 태우고 빨리 뜨려고 한다. 그러니 늦지 말고 게이트에 일찍 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출항 준비를 거의 마친 기내, 정말로 비어있는 자리가 많습니다. 기억을 못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 점은 배경 조명이 인상적이라는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비행기 천장에 촘촘하게 박혀있는 별 장식을 보는 게 전부였던 것 같은데, 푸르스름한 불빛이 나름 분위기를 내주네요.

 

승객이 적다보니 기내 풍경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좌석마다 놓여있던 담요와 헤드폰은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며 승객에게 직접 건네줍니다. 베개는 자리마다 놓여있는데,, 아마 부피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에미레이트항공은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나눠줍니다. 작년 11월에는 작은 박스에 마스크 2대, 라텍스 장갑 2개, 살균물티슈와 알코올 소독제를 담아 주었는데, 이제는 코로나에 익숙해진 건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는지 덴탈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하나씩만 줍니다.

작년 위생용품 키트는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 (인천→두바이, 아디스아바바→두바이)에서만 나눠주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모든 비행편에서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받았습니다. (기내 감염 사례도 종종 있어서 KF94 마스크만 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국내로 돌아와 이 마스크를 써보니 우리나라 덴탈마스크보다 훨씬 품질이 좋았습니다.)

 

지금 두바이에서는 두바이엑스포2020이 10월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두바이 엑스포를 홍보하는 어메니티백은 2018년부터 받아왔는데, 같은 디자인의 백을 또 받았습니다. 색상이 6가지인가,, 있는데 인천-두바이, 두바이-인천 구간에만 이 백을 줍니다. 백 안에는 엑스포 홍보카드와 기내양말, 귀마개, (품질이 아주 낮은) 양치세트, 안대가 들어있죠.


비행기 밤하늘에 별이 떴습니다. 진짜 별도 아닌데, 별을 향한 인간의 본능 같은 게 있어서 일까요?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늘에 뜬지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지났을 때, 저녁식사가 배식되었습니다. 시간대로만 보면 새벽 1시 넘어 야식을 먹는 셈인데 안 먹고 넘길 수는 없죠. 여느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비프 / 치킨 또는 치킨 / 시푸드 처럼 2가지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날은 평소 못 들어본 메뉴인 시푸드를 선택했는데요, 김치가 함께 따라나오고 고추장은 배식 카트 위에 있는데 달라고 해야 주는 분위기입니다. 튜브 고추장은 꼭 기내에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여행지에서 쓸데가 있죠.

메인 메뉴와 함께 애피타이저인 새우와 (무슨)면 냉채 같은 요리, 후식으로는 케이크 한 조각이 나왔습니다. 빵과 버터도 나왔고 물티슈도 한 장 따라왔죠.


방랑객은 기내식을 먹기 전, 빵과 버터를 메인 메뉴 포장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렇게 하면 버터도 살짝 녹으면서 부드러워지고, 빵도 냉기를 조금 지울 수 있죠. 10년 전쯤에 프랑스를 여러 차례 오갈 때는 빵을 따뜻하게 데워서 따로 나눠줬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차가운 공장 빵을 비닐포장 째로 주고 있습니다.


빵에 온기를 전달하는 와중에 전체요리를 먼저 먹어봅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에미레이트항공을 타고 에티오피아를 6번 왕복했고 이번이 7번째인데, 그동안에 못 보던 메뉴입니다. 느낌으로는 해파리 새우 냉채인데,, 서양 사람들이 해파리를 먹지는 않을 테고,, 나중에 찾아보니 무슨 면 종류이긴 하네요. 맛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새우도 탱글탱글하고 딱 해파리냉채 맛이네요.

 

밥뚜껑을 열기 전, 고추장과 소금 후추는 여행 중 별미를 만들 때 쓰기 위해 가방 안으로 쏙 넣어둡니다. 기내에서 받는 어메니티 파우치나 마스크, 고추장, 그리고 식사시간 외에 먹으려고 기내식 트레이에서 빼두는 과자류나 생수는 좌석 앞 주머니에 모아두거나 면세점 쇼핑백, 작은 가방 같은 걸 좌석 아래 놓아두고 넣어두면 편리합니다.

 

 

 

'생기방랑'에서 업로드한 동영상

 

portlockroy.me


짠~ 밥뚜껑을 열었더니,, 음.. 시푸드 해산물 요리라기보다는 매운 오징어덮밥이네요. 왼쪽의 군밤처럼 생긴 건 버섯입니다. 매우 한국적인 음식이라,, 시푸드를 선택한 외국인 승객들 걱정이 먼저 드네요.

 

맛을 묘사하자면, 시장 떡볶이 양념에 오징어를 볶은 느낌입니다. 매운 맛이 좀 날카롭기는 했는데 달콤 매콤한 양념으로 만든 오징어 덮밥을 먹는 느낌 그대로입니다. 오징어 양도 많고 버섯도 탱탱한 게 맛이 좋았습니다. 기내에서 먹기 힘든 메뉴를 먹게 된 것 같아 좋네요!

 

밤에 먹기 약간 부담스러운 매운 맛을 달콤한 무스 케이크로 살살 달래 봅니다. 이 녀석은 여러 번 먹어본 맛인데 언제 먹어도 맛이 있죠. 밥을 먹고 스프라이트를 한잔 마시고 커피는 사양했습니다. 방랑객은 커피보다는 거품 나는 음료수를 좋아하죠. 에미레이트항공의 커피는 약간 태운 숭늉처럼 구수한 맛이 나는데 맛은 좋습니다.

 

승무원 입장에서는 밥을 주고 식기를 회수하면 큰 이벤트 하나를 끝낸 셈입니다. 객실의 조명을 최대한 낮추고 승객들이 잠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새벽 1시 넘어 야식을 거하게 먹고 잠이 슬슬 오는 시간대입니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화장실을 갈 때 외에는 기내를 잘 돌아다니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비해 외국 여행객들은 기내를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 자리에 가서 수다를 떨고 복도에도 종종 서 있는 경우가 많죠. 코로나 이후 외국 여행객들도 많이 줄어들어서 이 날은 거의 모든 승객이 우리나라 여행객들이었습니다. 모두 조용히 잠을 청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날은 좌석이 너무 많이 비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빈 자리를 찾아 눕기 시작했는데 비행기 뒤편으로 가보니 모든 승객들이 눕고도 자리가 남을 정도였습니다. 방랑객과 또 한 분이 4인 좌석의 양 끝에 앉아있었는데 이 분도 저도 자기 자리를 지키다 보니 서로 불편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방랑객이 한 줄 앞의 빈자리로 가서 눕자, 이 분도 제가 앉아있던 자리로 발을 뻗고 누워갈 수 있었죠.

손님이 많지 않은 걸 미리 계산한 듯 비행기 중간에 위치한 갤리는 아예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승객이 많지 않다고는 해도, 날에 따라서는 비행기가 꽉 차서 두바이로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도 옆자리가 비어 가거나 누워가는 건 운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밤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은 승객도 적어 조용하고, 승객이 적으니 승객들을 응대하는 승무원들도 오고가는 횟수가 적습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기내 배경 조명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심야에서 동이 트기 전 여명으로, 그리고 일출로 이어지는 느낌을 배경 조명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승객들이 본능적으로 반응을 해서 두바이의 5시간 시차를 쉽게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두바이로 가는 에미레이트항공에서는 2번의 기내식을 줍니다. 출발 직후에 저녁식사, 그리고 도착 직전의 아침식사입니다. 저녁식사가 묵직한 느낌의 정찬이라면 아침식사는 가벼운 아침밥의 분위기를 내죠. 이 날은 오믈렛과 죽 2가지 중에서 죽을 선택했습니다.

 

저녁식사와 똑 같은 크기의 기내식 트레이에 죽, 빵, 김치, 과일이 나왔습니다. 빵은 저녁식사 때와 같은 빵인데 버터와 함께 딸기잼이 나왔습니다. 버터를 살짝 녹여주면서 시간을 끌어봅니다. 차가운 버터를 포크로 찍으면 한 덩어리가 통째로 따라오기 때문에 살짝 녹여주는 게 먹기 편하죠.

 

어차피 입 안에서 빵과 버터가 섞이기 때문에 방랑객은 버터를 빵에 발라먹는다기 보다는 빵을 찢어 버터를 끼워먹는 편입니다. 가끔 다른 승객들 식사하는 모습을 훔쳐보면 버터를 빵에 아주아주 정성스럽게 발라 드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모습을 슬쩍 구경하는 것도 기내식을 먹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에미레이트항공 아침식사 죽은 이런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오믈렛보다는 우리나라 승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메뉴이겠죠? 그래서인지 몇년째 같은 메뉴가 그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소금을 더 넣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이 적당한 죽을 깨와 양념가루를 잘 섞어 드시면 피곤한 밤 비행의 마무리 아침식사로 괜찮습니다. 아침식사에 매운 김치는 약간 부담스럽기는 한데,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지는 죽 맛에 포인트를 더해주기는 하죠.

 

기내식에 따라 나오는 과일은 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라운지에 있는 과일과 똑 같습니다. 수박, 멜론, 파인애플이 있고, 포도 종류인 이것의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네요. 에미레이트항공 기내식의 과일을 드실 때는 수박 멜론 포도 파인애플 순으로 드시는 게 좋습니다. 과일 맛이 강해지는 순으로 드셔야 각 과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두 끼의 기내식을 즐기고, 운 좋게도 두 다리 쭉 뻗고 누워서 현지 시각으로 새벽 4시 13분, 두바이에 도착했습니다. 두바이공항에 도착하면 늘 3터미널에 도착을 하게 되고, A B C 3개 구역 중 주로 B C 구역에 내리게 됩니다. 중동지역답게 새벽에도 바깥 기온은 섭씨 30도를 넘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적당한 온도가 되지만 비행기와 공항 건물을 연결하는 탑승교에서는 후텁지근한 중동의 바깥공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공항 건물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로 가려면 6시간 후 다시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9시간을 넘게 안전하게 날아와준 에미레이트항공 보잉777에 감사의 뜻으로 사진을 찍고 환승구역으로 들어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