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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나들이 - 영도에 남은 옛 흔적을 찾아서

by 생기방랑 202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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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남항시장 바깥입니다. 길 건너편으로 오래된 건물이 보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대중목욕탕이었군요. 목욕탕 이름은 문화탕이었네요. 1층에는 다른 매장들이 들어와 있고 목욕탕은 영업을 안 하는지 셔터가 내려져있습니다.

 

영도구는 말 그대로 섬이기 때문에 해안선부터 산 꼭대기까지 평지가 거의 없는 경사진 지형을 갖고 있습니다. 섬의 밑부분이자 바다와 닿아있는 남항시장 근처가 그나마 평지를 이루고 있죠. 봉래산을 바라봐도 곳곳이 경사진 오르막입니다.

 

큰 길가는 다른 동네 번화가와 다를 바가 없어 골목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요즘 영도에는 새로 지은 예쁜 아파트가 많은데 주택가에는 비교적 근래에 지은 집들, 지은지 아주 오래된 집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 일본에서 돌아온 사람들, 한국전쟁 때 피난왔다 부산에 정착한 사람들이 영도에도 많습니다. 영도의 오래된 주택들을 보면 모양이 제각각인 집들이 많은데,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자재를 구해 집을 짓고 수리했기 때문이겠죠.

이 집은 대문 기둥은 아주 굵직하고 튼튼합니다. 대문은 옛 나무 대문에서 알루미늄으로 바꿔달았을테고 대문 처마는 원래 있던 지붕은 없어지고 슬레이트가 그 자리를 대신한 것 같습니다.

영도 주택가를 돌아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입니다. 집 앞에 우물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보통 우물은 마을의 공동자원으로 사용하거나 개인 우물은 집 마당 안에 있는데, 집 앞 골목에 우물이 있는 걸로 보아 마을 우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집 벽면 색깔과 같은 색으로 우물까지 페인트 칠을 한 걸로 보면 이 집 주인께서 우물의 흔적도 함께 관리하고 계신 듯합니다.

우물 옆집은 짧은 높이에 창문이 위아래로 나 있습니다. 2층집 구조인데 2층은 다락방 형태로 층고가 낮은 작은 방 구조이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 집은 나무대문이 그대로 남아있기는 합니다만 양쪽문의 색깔과 형태가 다른 걸로 보아 한쪽 대문이 망가져서 비슷한 대문 한 짝을 이식해 붙인 것 같습니다. 대문 위 처마는 오래전 망가져서 여러 재질의 슬레이트 조각을 쌓아 처마로 얹었네요.

골목 안쪽으로 특이한 집이 또 하나 보입니다. 붉은 외벽도 흥미로운데 까만 대문은 더 특이하네요. 가까이 가보니 금속 부품을 가공하는 공장입니다. 출입문이 까맣게 보이는 건 철가루 때문이겠죠. 건물 안으로는 직원분들이 부지런히 기계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큰 도로 쪽으로 나가는 골목 담벼락 밑으로는 빨간 고추와 깻잎이 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당장 따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깻잎도 무성하고 잘 익은 고추 빛깔도 좋네요. 마주 보는 집주인이 텃밭을 가꾸시는 건지, 그물망도 씌워놓고 정성이 가득하네요.

골목길을 빠져나와 마주친 작은 공장 혹은 창고입니다. 이 건물도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데 창문과 창틀에 옛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커다란 돌을 모아 축대를 쌓고 그 위로 시멘트 벽을 올린 구조도 옛 건축방식이네요. 건물 한쪽 벽을 가득 덮은 담쟁이 덩굴도 꽤 오랜 기간 자리를 잡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골목과 큰 길이 마주치는 지점에서 만난 작은 가게 거창상회입니다. 주인장께서 경남 거창 출신이신 것 같은데 쌀은 전북 김제시의 쌀을 가져다 파셨던 모양입니다. 간판을 보면 전화번호 국번이 2자리였을 때 간판을 만들었고, 국번이 3자리로 바뀌면서 숫자를 덧붙였다가 덧붙인 숫자만 지워져 3400만 보이는 것 같네요.

예전만큼은 보기 드문 신문 진열대, 가게 앞을 비추는 가로등도 옛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라 소중한 볼거리였습니다.
 
역시 바다가 있고 조선소가 있는 영도라 곳곳에 선박용품과 부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이 회사 이름은 수로추진기공사인데 배 스크루를 만드는 회사 같네요. 회사 이름 옆에 붙은 프로펠러 모양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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