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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기방랑
갯가의 잡글

김밥천국 - 김밥의 대중화를 개척한 원조 김밥 체인점

by 생기방랑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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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이었을까, 김밥 1줄을 1천 원에 팔았던 많은 김밥 전문점 중 원조를 꼽으려면 단연 김밥천국일 겁니다. 

이후로 유사한 이름을 가진 프렌차이즈와 개별 식당들이 많아졌지요.

(포항 죽도시장 근처에 김밥나라.. 가 영업 중이네요. 간판 색상에 글자체까지 비슷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가 올라 천원에 1줄 김밥은 사라지고, 김밥 1줄은 2천 원을 쉽게 넘어갑니다.

김밥을 1줄만 사면 가져갈 수만 있고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수 없도록 한 식당까지 생겼습니다. 

 

 

이제는 문화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김밥천국의 오리지널 매장이 김포공항 근처 공항시장역 근처에 있습니다.

오렌지색 바탕의 간판과 김밥천국이라 적힌 글자체까지 예전 그대로입니다.

 

 

매장 안의 테이블과 의자는 살짝 바뀐 것 같은데, 그렇다고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건 아니고 예전 모습과 비슷한 분위기의 테이블과 의자로 느껴집니다. 테이블 밑면에 수저통이 서랍 형태로 붙어있는 게 조금 낯설게 느껴질 뿐입니다.

 

메뉴 갯수를 세어보면 대략 50여 가지, 이 많은 메뉴를 어떻게 순식간에 만들어낼까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빼곡한 메뉴판도 주문표도 옛 모습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가장 싼 그냥 김밥과 라면을 시켰습니다. 2000년대 초반 같으면 김밥 1천 원, 라면 2천 원.. 해서 총 3천 원이면 한 끼를 먹었을 텐데 이제는 김밥이 2천 원, 라면이 3천 원이 되어 이렇게 먹으면 5천 원입니다. 김밥 접시도 예전 그대로인 듯하고, 위쪽에 인쇄된 김밥천국 로고는 세월에 씻겨 흔적만 남아있네요.

 

 

아침 일찍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라와 공항시장역 근처의 쏘카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가기 전, 놓친 아침 끼니를 따라잡는데 딱 좋은 밥집입니다.  낮에 오면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아침에 오니 좀 한가하네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라면에 김밥을 한 조각씩 적셔 먹으니 채 달아나지 못한 아침잠도 떨어져 나가는 듯하고 하루를 뛰어다닐 에너지가 급속 충전되는 것 같습니다.

 

 

5천 원을 신용카드로 계산하기에 좀 미안해서 지폐를 내밀었습니다. 부지런히 대량의 김밥 도시락을 싸고 있는 사장님께 "예전 모습 그대로인 것 같다"라고 말씀드리니 그렇다며 웃으시네요.

 

"혹시 프랜차이즈 체인 본사는 아직도 있나요?"라고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아마 론칭 초기에 크게 인기를 누린 후, 경쟁업체들이 마구 생겨나며 서서히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체인 본사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밥천국, 김밥나라, 김밥... 

수많은 김밥전문점 속에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는 김밥천국의 원형이 보존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 출장을 가게 되면, 일하러 가는 길에 혹은 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꼭 들러보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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