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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방랑 여행기/에티오피아 - 인류의 고향을 찾아서

에티오피아에서 겪은 황당 사건 - 에티오피아 화폐 초과 소지

by 생기방랑 202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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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입국 6번째에 처음 겪은 황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원래 자국 화폐인 에티오피안 비르 Birr를 1천비르를 초과하여 해외로 나갈 수 없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이 많이 알려지거나 실제로 집행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죠.

 

1천비르면 작년 기준이면 4만원 정도, 지금은 환율이 떨어져 3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습니다.

 

세관을 막 통과하는데 평소 같으면 전자제품을 잡으려고 가방만 엑스레이 검사를 할텐데, 이날은 앞 줄에 선 사람들 몸 수색을 세밀하고 하고 있었습니다. 남녀 가리지 않죠.

 

이상하다 싶었는데 주머니에 만져지는 핸드폰이나 카메라는 신경도 쓰지 않더니 지갑을 열어 보여달라고 합니다. 100달러 지폐가 20장 있었는데 얼마나고 묻고는 100달러 지폐를 세는 게 아니라 100달러 지폐 사이에 다른 뭐가 있는지를 훑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지갑에 뭐가 안나오자 바지 주머니를 더듬더금하는데 현지 화폐인 100비르가 23장이 있었죠.

공항에서 나가자마자 현지 돈이 필요할 수 있으니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이걸 단속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 11월이면, 여름에 시작된 에티오피아의 화폐 개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시기인데, 구권 신권 가리지 않고 1000비르 이상을 소지하면 무조건 초과분을 압수하는 겁니다.

 

위의 사진은 1천비르 초과분인 1천3백비르를 압수했다는 영수증 같은 거죠.

공항도 전산화가 덜 된 상태라 시험지 종이질인 갱지에 인쇄된 양식에 먹지를 받쳐서 작성하고 원본은 저를 주고 사본은 세관이 보관합니다.

 

굉장히 허술해보이지만 수십년 넘게 종이서류를 관리한 노하우가 있어서인지

30년이 지난 결재문서도 문서창고에 가서 찾아옵니다. 나름 문서관리가 철저한 것은 확실합니다.

 

 

제 앞에 있던 케냐 아주머니는 신권을 빼앗겼죠.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규정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고 환율이 떨어져 금액도 크지 않고 에티오피아를 도와주러 왔으니 3만원 기부 더 한다는 생각으로 이해했습니다만 주변 분들에게 이야기하니 많이 황당해들 하시네요.

 

제가 입국한 이틀 후 입국한 분들은 달러만 체크하고 몸 수색이나 비르 체크는 안했다고 하고요.

규정이 있으니 적용하고 안하고는 세관 마음이겠죠.

 

에티오피아 입국하실 분들은 1000비르 이상을 가지고 들어가거나 나오다 걸리면 초과분 압수당할 수 있다는 거 기억하세요.

특히 국내에 계신 지인이 가지고 있던 비르를 받거나 바꿔주실 때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자국 화폐의 반출 제한은 달러 반출처럼 국익의 유출이라는 개념도 있지만 위조지폐, 비자금, 그리고 화폐를 또 찍어야하는 부담을 막는 의미도 있습니다.

 

남태평양의 독립국 사모아는 자국 화폐의 해외 반출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몇장 가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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