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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방랑 여행기/에티오피아 - 인류의 고향을 찾아서

에티오피아 여행기 3 - 더 높은 곳을 향하여.. 해발 2700미터

by 생기방랑 2020.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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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를 처음 여행하기 전, 여행정보를 읽다 보면 아디스 아바바가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다는 것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게 됩니다. 여행지에서 겪게 되는 범죄, 안전사고, 위생문제를 먼저 생각하지, 그곳이 높건 낮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죠. 특히나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지리적인 정보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디스 아바바는 고고도 도시 High Altitude cities로 검색하면 앞부분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수도 High Altitude capital cities로 검색하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수도이자,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로 검색됩니다.

 

해발 2500미터가 넘어가면 약 20%의 여행자가 고산병 증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런 증상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내가 높은 곳에 와 있구나"라고 처음 느끼는 건, 호텔에 짐을 풀며 과자봉지를 볼 때였습니다. 비행기 기내에서 과자봉지가 빵빵하게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는 걸 본 적 있으시죠? 그냥 호텔 방 안에 앉아있는데 비행기 안이랑 똑같이 과자봉지가 부풀어 있습니다. 

 

햇반이랑 함께 먹으려고 가져온 도시락 김도 빵빵하게 부풀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잠깐 흥미로운 정도로 느낄 뿐이고, 금세 높은 곳에 와 있다는 걸 잊게 됩니다.그러나 아디스아바바와 같은 고산지대를 여행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평소에 살던 지역과는 좀 다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소화가 잘 안될 수 있습니다. 몸에 익숙한 한국음식이나 채식을 드신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양고기 같은 평소에 접하지 않던 음식이 들어가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체하는 경우, 뱃속에 가스가 가득 차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약국도 많고 약도 쉽게 살 수 있지만, 증상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체한 느낌이었는데 결국 받아온 약은 가스제거제였네요. 이런 소동을 겪은 후에는 우리나라 까스명수와 겔포스를 꼭 사 가지고 갑니다.

 

 

술도 조심해야 합니다. 술도 빠르게 취하고 깨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술이 취한 상태에서 호흡도 가빠지고 더 적게 마시고도 더 마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죠. 물론 술에 강한 분들은 그런 느낌도 덜 받는 것 같기는 합니다.

 

조금만 빨리 걷거나 오래 걸으면 금방 지치고 숨이 찹니다. 사진 속 건물은 아디스 아바바에 인접한 작은 도시 센다파에 짓고 있는 3층짜리 건물입니다. 옥상으로 나가면 4층을 올라가는 셈인데 1층부터 4층까지 올라간 일행이 모두 숨이 차고 힘이 빠져서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층고가 높은 건물도 아니고, 그냥 계단만 4층을 걸어서 올라간 건데 영혼이 빠져나간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고산지대이다 보니 공기 밀도나 산소가 저지대보다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동차가 유독 매연을 많이 뿜어내죠. 물론 아주 오래된 자동차에 정비도 하지 않는 차들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내연기관의 효율은 고산지대에서는 급격히 떨어지는 게 진실입니다. 그래서 공기 중에 매연이 아주 많습니다.

 

이렇게 높은 땅에서 운동을 하니까 저지대 국가로 가서 달리기를 하면 당연히 훨훨 날아다닐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에티오피아에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들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인 듯합니다. 아디스아바바와 주변 도시를 여행한다면 여행지가 고산지대임을 꼭 기억하시고 평소보다 느긋하게 생활하시고 식사와 음주는 가볍게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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