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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기방랑
스튜디오 지브리 싱가포르

하울의 움직이는 성 ハウルの動く城 Howl's Moving Castle

by 생기방랑 202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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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전시회의 첫 번째 작품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입니다. 연대별로 작품 순서를 잡았다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처음 나왔을 텐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먼저 나온 걸 보면 주최 측에서 전시 순서를 달리 정한 것 같네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01년의 전례 없는 히트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영국 판타지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1986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9번째 장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움직이는 성과 90세 여성으로 변하는 여주인공이라는 아이디어에 매료된 감독은 이것이 좋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다른 감독이 작업을 시작했지만 문제가 발생하여  중단되었고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감독을 맡았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움직이는 성을 기계도 괴물도 아닌 독특한 건물로 디자인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감독이 방문했던 프랑스의 알자스 지방을 모델로 했으며, 스튜디오 지브리 미술부 직원들이 로케이션 스카우트를 진행하여 오래된 건물의 느낌과 독특한 유럽 분위기와 빛을 애니메이션 배경으로 가져왔습니다. 이야기는 여주인공 소피와 마법사 하울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불의 악마 캘시퍼, 허수아비 카브, 그리고 소피를 저주했지만 결국 소피와 가족의 일원이 되어가는 황야의 마녀까지 등장하는 가정극적인 요소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유명 배우들의 참여입니다. 일본의 배우 겸 가수 바이쇼 치에코는 소녀 시절부터 노파가 되기까지의 소피 역을 맡았고, 일본의 배우 겸 가수 기무라 타쿠야는 왕의 명령에 저항하여 전쟁에 참전하는 하울 역을, 또 다른 유명 일본 배우 카토 하루코는 왕의 마법사 설리만 역을 맡았습니다.

거대한 움직이는 성에 사는 마법사 하울이 아름다운 소녀들의 마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마을을 행진하던 군사 퍼레이드에서 군인이 소피에게 접근하자, 하울은 모자를 만드는 18살 소피를 구해줍니다. 하울과의 관계로 인해 소피는 끊임없이 자신을 쫓던 황야의 마녀의 저주로 90살 할머니로 변하게 됩니다. 소피는 집을 떠나 하울의 성에 청소부로 들어와 살게 되고 어린 소년 마르클, 불의 악마 캘시퍼와 함께 지내면서 하울이 사실은 소심하고 친절한 청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하울과 사랑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한편 전쟁이 격화되면서 위험은 점점 커져 갑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지브리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아닙니다. 영국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모티브만 따온 정도로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는 상당히 다른 면이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8명인 소피, 하울, 마르클, 캘시퍼, 허수아비 카브, 황야의 마녀, 힌, 설리만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소피
모자장수 모자가게를 하는 아버지의 장녀로,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게를 이어받았습니다. 황야의 마녀에 의해 90세의 할머니로 변한 그녀는 하울의 성에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하울
거대한 움직이는 성의 마법사이자 주인인 그는 젠킨스, 펜드래곤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랑스러운 청년인 그는 하루하루를 게으르게 보내는 듯합니다.

마르클
하울의 고아 제자이며, 성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날 때 종종 노인의 모습을 하기도 합니다.

캘시퍼
하울의 성 벽난로에 살며 거대한 구조물을 움직이는 불의 악마. 자유를 갈망하지만 하울과의 계약 때문에 벽난로를 떠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카브
순무를 머리에 쓴 허수아비로 소피가 황무지에서 그를 구해준 후 소피를 따라갑니다.

황야의 마녀
하울을 영원히 쫓아다니는 마녀. 한때 왕의 왕실 마법사였던 그녀는 50년 전 궁전에서 쫓겨난 후 황무지에서 은밀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짖는 소리가 재채기 소리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인 늙은 개. 그는 술리만 곁에 가까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소피에게 애착을 갖게 됩니다.

설리만
킹스버리 왕족을 섬기는 마녀. 하울의 전 스승이자 강력한 마법을 소유하고 있으며 왕좌 뒤에 있는 진정한 권력자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원작의 책 제목처럼 움직이는 성에 흥미를 느꼈지만, 성의 디자인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그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와 상의하는 동안 영화에서 보여줄 완성된 성의 디자인을 장식할 대포, 지붕, 굴뚝 등을 그렸습니다. 성을 움직이게 할 다리를 닭발을 사용할지 중세 보병의 발을 사용할지 고민했고 결국 닭발을 선택했습니다.

 
소피가 모자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이 나옵니다. 중세 유럽의 아름다운 마을을 보는 듯 합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을과 건물도 예쁘지만 배경 그림 자체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답습니다.

액자 너머로 소피의 작업실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소피의 모자 가게와 작업실을 그림이 아닌 실물 미니어처로 재현해 놓았습니다. 

액자 속 모자와 재료들은 아주 작은 크기로 만들어져 있지만 실물 크기의 모자를 들여다보는것처럼 사실감이 넘칩니다. 액자에는 [도시는 하울에 대한 소문으로 떠들썩하지만, 소피는 혼자 모자를 만들기에 바쁘다]라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황야의 마녀가 저주를 내린 탓에 소피는 순식간에 90살 노파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할머니로 변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놀란 소피의 표정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액자 밑 손잡이를 돌리면 그림이 한 장씩 넘어가며 소피의 놀란 표정이 움직임으로 구현됩니다. 

황무지 마녀의 저주를 받아 겨우 18살이던 소피는 늙은 할머니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이게 진짜 나야? 진정해야 해. 진정하자, 당황해도 소용없어, 소피."

 
하울이 사는 움직이는 성입니다. 거대한 크기로 재현되어 있는데  어느 부분 하나 허술하게 느껴지는 곳이 없는 완벽한 재현입니다. 성은 제자리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사실감을 더해줍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성의 모습을 디자인하며 고민했다던 "성을 움직이는 발"은  전해지는 이야기 그대로 닭의 발을 닮은 모습입니다. 

하울의 성을 지나면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성 안의 공간이 나옵니다. 노파가 된 소피가 하울의 성에 들어와 처음 만나는 공간입니다.

소피가 하울의 성으로 들어가자 어수선하고 복잡한 방이 나왔습니다. 불의 악마 캘시퍼의 벽난로가 방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소피는 성 안에 사는 소년 마르클의 경고를 무시하고 방을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하울이 돌아왔을 때, 그는 놀라서 소피에게 묻습니다. "너는 도대체 누구야?"

오랜 시간 황야를 걸어왔던 소피는 성 안으로 들아와 따뜻한 장작불이 있는 화로 앞에 앉아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깨어나서는 불의 악마 캘시퍼를 만나게 됩니다.

소피가 벽에 걸린 프라이팬 하나를 꺼내 아침식사를 만드는 배경도 있습니다. 소피가 캘시퍼에게 요리를 할 불을 부탁하죠. 요리의 마무리는 하울이 직접하게 되는데 프라이팬에 베이컨과 달걀도 극의 내용 그대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소피가 오기 전, 하울과 마르클만 살던 성 안의 가구와 잡다한 물건들은 정리되지 않은채 엉망인데, 애니메이션 속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실물 크기 그대로라 현실감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스토리의 끝부분에 같이 살게 되는 늙은 개 힌도 있고, 검은 슬라임으로 변해 테이블에 걸쳐진 하울의 모습도 재현되어 있습니다.

성으로 돌아온 하울이 소피를 보고는 누구냐고 묻자, 소피는 "나는 소피 할머니이고 당신의 새 청소부"라고 대답하죠.  빗자루를 든 90살 노인 소피의 모형이 서 있는데 상당히 키가 작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극 중에서 하울의 방은 성 2층에 있습니다. 전시공간에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그 위에 하울이 서 있습니다.

계단 아래에는 하울과 함께 사는 고아 마법사 마르클이 서 있습니다. 꼭 쥔 주먹이 귀엽고 똘똘하게 느껴집니다.

성의 창문 밖으로 허수아비 카브가 보입니다. 소피와 함께 하울의 성까지 왔던 카브는 극 중에서 성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그래서 카브의 모습은 성 창문 밖에 배치한 것 같습니다.

하울의 성을 빠져나오면 왕이 사는 궁전이 나옵니다. 하울의 성 입구는 문고리를 돌리는 색깔 별로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데 문고리의 색깔 표시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소피가 왕을 만나러 가는 길이 그림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90살 노파의 몸을 이끌며 성으로 가던 중 마차를 타고 자신을 앞질러 가는 황야의 마녀를 마주치게 됩니다. 움직이는 액자의 손잡이를 좌우로 당기면 액자의 커튼이 열렸다 닫혔다 하며 마차에 타고 있는 마녀의 얼굴이 보입니다

움직이는 액자의 손잡이를 좌우로 당기면 액자의 커튼이 열렸다 닫혔다 하며 마차에 타고있는 마녀의 얼굴이 보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전시회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전시 공간의 마지막은 하울이 숨겨두었던 비밀의 정원입니다. 다른 전시와 달리 360도 원형 공간에 하울의 아름다운 정원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울이 소피에게 자신의 정원을 보여주며 나누던 대화가 적혀 있는 원통 안으로 허리를 숙여 들어가면 예쁜 풍경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집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공개되었을 때 평론가들은 하울이 보여주는 비밀의 정원에 큰 찬사를 보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색상 표현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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