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스 아바바의 70년 노포, 엔리코 페이스트리
아디스아바바의 원도심이라 할 수 있는 피아사 Piassa 지역입니다.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지역인데, 새로운 것을 맛보게 해 준다는 현지인 운전기사를 뒤따라 갑니다. 가게 이름은 엔리코 페이스트리 Enrico Pastry. 겉보기에는 장사를 하는 집인가 싶을 정도로 허름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빵집은 1950년대 문을 열어 지금까지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노포'였습니다.

가게 안에도 오랜된 낡은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서서 먹는 사람들이 더 많은 로컬 맛집의 느낌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여느 공간처럼 낮에는 굳이 조명을 켜지 않고 조금은 어둑어둑한 느낌의 밝기입니다.
소박하지만 역사를 간직한 빵집
엔리코 페스트리는 오랜 역사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현지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전의 성심당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엔리코 페이스트리는 그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점령했던 시기(1936~1941) 이후 이탈리아인이 세운 제과점입니다. 1970년대 공산주의 정권 시절에는 국유화가 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인기 좋은 로컬 맛집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죠.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황제인 하일레 셀라시에 Haile Selassie I도 엔리코 페이스트리의 빵과 케이크를 즐겨 먹었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맛집입니다.
주문 방식도 독특합니다. 유리 쇼케이스 안에 빵과 슈크림, 조각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는데 직원에게 손가락으로 먹고 싶은 걸 가리키면 직원이 접시에 담아줍니다. 계산하는 방식도 독특했는데 플라스틱 번호표를 손에 쥐어주는데 그걸 계산대로 가져가 계산을 하면 주문했던 음식을 담아줍니다. 여행객이 혼자 엔리코 페이스트리를 처음 들어갔다면 음식을 고르고 계산하는 일이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불룩하게 올려담아 고무밴드로 감은 포장도 특이하고 재생용지 같은 거친 종이에 인쇄된 빵집 문양도 신기했습니다. 나중에 호텔방에서 포장을 열어보니 두꺼운 종이로 아치를 만들어 공간을 충분히 띄워 종이 접시에 얹은 슈크림들이 눌리지 않도록 하는 놀라운 포장이었습니다. 70년 넘게 영업을 하다 보니 기발한 노하우를 많이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슈크림 & 밀푀유& 스펀지 케이크
9조각의 빵을 혼자 순식간에 먹어치울 정도로 맛이 좋았습니다. 맨 오른쪽 슈크림이 엔리코 페이스트리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입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슈(Choux)' 라고 부르는데 부드러운 빵 안으로 달콤하고 차가운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 차 있죠. 가운데 노란색 조각 케이크는 스펀지케이크입니다. 부드러운 스펀지 빵 위에 크림과 소보로 같은 가루(Crumb)가 뿌려져 있습니다. 왼쪽은 엔리코에서 슈크림 다음으로 인기 좋은 밀푀유입니다. 여러 겹의 페이스트리 사이에 크림이 들어간 프랑스식 케이크죠.
슈크림 (Profiteroles / Cream Puffs)
밀푀유 (Mille-feuille / Napoleons)
스펀지 케이크 (Sponge Cake / Cream Cake)

너무 맛있고 인상적이라 그 다음번 입국 때 시간을 내어 피아사 구도심으로 나가봤는데, 화요일인가 마침 쉬는 날이라 아쉽게도 엔리코 슈크림의 맛을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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