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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방랑 여행기/라스베이거스 - 화려한 꿈의 도시

대한항공 라스베가스 - 인천 탑승 후기 & 특별 기내식 리뷰

by 생기방랑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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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조용한 해리 리드 라스베이거스 공항


라스베이거스의 해리 리드 국제공항입니다. 라스베가스는 도시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공항은 아주 작은 편입니다. 항공편도 미국 국내선이 대다수이고 국제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라스베가스의 번화가인 스트립에서 가까워 공항 내부에는 편의시설이나 음식점도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공항으로 오기 전 식사나 쇼핑을 모두 마치기 때문에 굳이 라스베가스공항에서 뭔가 돈을 쓸 필요도 못 느끼는 거죠.

밤 9시 경, 대한항공 카운터는 한산합니다. 비행기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비행 기종도 보잉777로 초대형 기종은 아니라, 좌석은 만석이었지만 카운터의 대기 줄도 길거나 하지도 않았죠.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 인천에서 내항기를 타고 부산까지 가도록 캐리어를 보내고 탑승권도 인천행, 부산행 2장을 받았습니다.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응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 분들은 화려한 라스베가스에서의 생활에 만족해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싶어 할지 궁금했습니다.

출국장으로 가는 길의 풍경입니다. 별다른 식당이나 매장들은 없고 그나마 편의점 하나는 아직 영업 중입니다. 스포츠용품 매장은 불은 켜져있는데 셔터는 내려져 있네요. 슬롯머신의 도시답게 공항 복도에도 슬롯머신들이 번쩍번쩍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KE006  라스베이거스 - 인천


출국심사를 마치고 출발 게이트까지 왔습니다. 라스베가스는 건물 벽에 걸린 옥외 디스플레이가 아주 발달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게이트 입구 전광판에도 서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남대문 사진이 걸려 있네요. 기내 구역 별로 탑승순서를 나누는 ZONE 1,2,3 유도선이 있습니다.

게이트 바로 뒤쪽으로 스타벅스가 있고 역시 슬롯머신들이 귀국하는 여행객의 마지막 주머니까지 털려고 하네요.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한 분이 재미 삼아 슬롯머신을 돌렸는데 한 방에 10만 원이 넘는 돈을 땄네요. 주변 분들의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슬로머신은 한 번 돌릴 때마다 확률이 1보다 작기 때문에 반복할수록 결과는 0을 향해 수렴해 가죠. 결국 돈을 잃게 되니,, (안 하는 게 제일 좋죠.)  


대한항공 KE006  - 보잉777 기내 분위기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보잉777, 라스베이거스로 올 때와 같은 비행기입니다. 대한항공이 세계 정상급 항공사임은 분명하지만 에미레이트항공의 화려함에 비하면 빛이 바래는 부분이 있다는 걸 한 번 더 체감하게 되네요. 기체나 좌석이 좀 오래된 듯, 개인 모니터도 기능이나 화면 크기가 좀 달리는 듯하고, 화장실 관리 상태와 개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탑재된 영화의 규모 역시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개인 별로 물 한 병씩 주는 건 마음에 쏙 드네요. 각 좌석에 물과 담요, 헤드폰, 어메니티 파우치가 미리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거리 비행 중에는 건조한 공기 탓에 목이 바싹 말라 붙는 경우가 종종 있죠. 물론 취침시간에도 승무원들이 물과 음료를 서비스하지만 좌석 앞 주머니에 물 한 병이 있다는 건 아주 좋습니다.

담요나 헤드폰은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코노미석의 어메니티는 그리 기대할 건 못 되죠. 그냥 없는 것보다는 낫구나 정도 생각하시면 마음 편한 수준입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까지는 비행시간이 13시간이 넘습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행하는 것보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비행하는 게 시간이 더 많이 걸리죠. 

언젠가부터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저가항공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항공사로 확대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띠엄띠엄 걸려있는 작은 모니터에 나오는 영상 클립 정도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원하는 영화나 TV프로그램을 골라서 시청할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영화 외에 휴대폰에 담아둔 영상을 보는 분들도 많지만, 기내 VOD 영화를 보는 재미가 따로 있다 할 수 있죠.

대한항공은 세련된 기업 이미지에 비해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영화 라이브러리가 좀 빈약합니다. 대부분의 승객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 영화는 글로벌 영화 또는 우리나라 영화가 대부분입니다. 에미레이트항공처럼 더 화려한 VOD 서비스를 갖추고 다국적 승객이 많은 항공사를 이용하신 분들에게는 대한항공 기내 프로그램은 좀 빈약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한 가지 장점은 모든 영화가 한국어 목소리가 나오거나 자막이 있다는 점이죠. 자막이 있기 때문에 굳이 헤드폰을 쓰지 않아도 대충 스토리 흘러가는 걸 알 수 있어 더 편리합니다.

 


대한항공 라스베이거스 - 인천  ||  특별 기내식 저염식 #1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에는 기내식 일반식을 그냥 먹었습니다. 대한항공 장거리 노선을 탈 일이 또 있을까 싶어 돌아오는 길에는 특별 기내식을 주문했습니다. 특별 기내식은 보통 출발 24시간 이전에는 인터넷이나 앱으로 신청을 해야 선택이 가능합니다. 기내식 공급업체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거죠. 여러 종류의 특별 기내식이 있지만 저염식 정도가 보통의 건강한 승객에게 어울릴 것 같습니다. 종교식이나 지병이 있는 분들이 드시는 기내식은 좀 난해할 것 같네요. 

특별기내식은 일반 기내식보다 먼저 서빙됩니다. 기내식을 가득 실은 카트가 움직이기 전, 승무원 분들이 먼저 가져다주시죠. 기내식 쟁반이 오고 가니 특별기내식을 잘 모르는 주변 승객들은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저 사람에게만 뭔가 더 특별한 걸 주는 건 아닌가? 저 사람은 뭘 먹는 거지? 어디가 아픈가?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데 이런 생각은 주변 승객들만 하는 게 아니라 승무원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실 특별 기내식을 주문한 승객이 어떤 건강 상태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거죠. 방랑객에게 저염식을 가져다준 승무원 분도 '걱정어린 눈빛으로' 이거 드시는 거 맞느냐, 신청인 이름이 맞느냐 등을 학인하셨습니다. 음료를 콜라로 달라 부탁하니, '응? 아픈데 콜라?' 같은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죠.

대한항공 저염식 메뉴를 살펴볼까요? 우선 다른 기내식과 달리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SPML은 Special Meal 스페셜 밀의 약자입니다. 말 그대로 특별식이네요. 그리고 이름과 좌석이 적혀있고, LSML, Low Sodium Meal 저염식이라 표시되어 있네요.

애피타이저는 채소와 삶은 새우, 샐러드는 소스가 없는 모둠 풀입니다. 오이와 상추도 있고 방울토마토에 레몬도 한 조각 있네요. 디저트는 과일인데 딸기와 블루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콜릿 무스 같은 단맛 듬뿍 디저트보다는 요런 과일 디저트가 더 몸에 좋아 보이긴 합니다. 

오늘의 메인 기내식은,,, 닭고기 스테이크입니다. 달달한 찐 호박도 많이 들어있고 삶은 브로콜리도 들어있습니다. 자주 탔던 에미레이트항공 특별 기내식도 비슷한 분위기인데 기본적으로 특별식은 음식 구성이 좀 더 단순하고 양이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식재료가 일반 기내식보다 더 고급이죠. 1식 비용도 일반식보다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하죠.

그런데,, 맛은 좀 별로였네요. 소금을 최대한 절제했으니 싱거운 맛은 당연한 건데 닭고기가 너무 타버렸어요. 저염식으로 건강하게 살아보려다 탄 음식 먹고 암 걸리는 거 아닌가 ㅎㅎ. 뭐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탄 부분 감안하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빵 대신 나온 뻥튀기인데요,,

이거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동그란 뻥튀기가 랩에 감겨 나왔습니다. 익숙한 맛인데 버터를 찍어 먹으라고 하는 건지 작은 버터가 같이 나왔습니다. 재미있고 맛있게 먹었네요.

 


대한항공 라스베이거스 - 인천  ||  바나나 간식과 특별 기내식 저염식 #2


저녁식사가 끝나면 취침시간입니다. 기내에 불을 끄고 잠을 재우죠. 승무원들은 비행기 주방인 갤리에서 쉬기도 하고 늦은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2~3시간 전쯤 기내 조명을 올리고 두 번째 식사와 착륙 준비를 하게 됩니다. 불이 꺼진 긴 취침시간 동안에 간식 타임이 한 번 있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로 갈 때는 비행시간이 2시간 정도 짧아 간식 타임이 없었고, 인천으로 돌아올 때는 비행시간이 2시간 정도 더 길어서 간식을 나눠줬던 것 같네요.

이 날 비행의 간식은 브리또였습니다. 종이에 말아 차곡차곡 쟁반에 담은 간식이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는 김밥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승무원 말씀이 브리또라는군요. 자는 도중이라 잠에서 깨어있는 승객들만 겨우 하나 집어갈까 말까 였는데, 저염식을 신청했던 방랑객에게는 브리또 대신 바나나가 하나 왔습니다. 바나나에도 스페셜밀 스티커가 붙어있네요.

음료로는 물과 주스 정도만 있었는데 주스를 골랐습니다. 바나나를 가져온 승무원 분이 방랑객에게 '브리또도 하나 드시겠느냐'고 물으시네요. 먹을까 싶기도 했지만 '아니요, 감사합니다.'로 마무리했습니다.

또 몇 시간 불이 꺼졌다가 켜졌습니다. 이제 착륙이 얼마 안남은 거죠. 밥 데우고, 배식 퇴식하고 기내 정리하면 인천공항에 착륙하게 됩니다. 자꾸 에미레이트항공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에미레이트항공은 취침시간을 끝내기 전 기내 앰비언스 조명을 잘 활용합니다. 여명이 일출로 바뀌는 색상을 따온 듯한데 푸르스름한 조명이 켜졌다가 점차 붉은색으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환한 조명이 켜지죠. 대한항공은 그런 거 없이 서서히 밝아지는 조명 정도였습니다.

대충 11시간 정도를 날아온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까지 2시간 남았네요. 비행기는 라스베이거스를 출발해 미국 서부 해안과 앵커리지를 지나 일본 근처까지 왔습니다. 승무원들이 두번째 식사를 준비하면서 갤리에서는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나고 음식 익는 냄새도 기내에 퍼집니다.

두 번째 밥도 특별식 주문 승객들에게 먼저 지급됩니다. 일반식 카트가 오기도 전에 먼저 음식이 나오니 괜히 주변 분들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식사는 아침식사 개념이기 때문에 만찬 개념인 첫 번째 식사보다 가벼운 음식들로 구성됩니다. 음료는 역시 콜라를 받았는데, 캔으로 나와 더 좋네요. 캔 음료는 종이컵 1잔보다는 양이 더 많기 때문에 더 많이 마실 수 있죠.

 

반가운 뻥튀기가 또 나왔네요. 파파야와 멜론 몇 조각도 나왔습니다. 햐안 무스 같은 요 녀석은 처음 보는 비주얼에 약간 특이한 맛이었는데 음식 이름은 잘 모르겠네요. 

메인 음식은 오므라이스의 일종입니다. 방울토마토가 있고 올리브유에 볶은 듯한 토마토 조각이 또 있습니다. 삶은 시금치가 있고 계란 지단이 넓게 깔려 나왔는데.. 이 안에 밥이나 볶은 토마토가 있는 걸 상상했는데.. 커다란 버섯이 통째로 들어있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버섯 스테이크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식감도 좋고 탄력 있고 저염식이라 짜지 않아 담백한 맛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대한항공 라스베가스 - 인천 13시간 비행을 마치고 다시 부산행 내항기로,,


이렇게 두번째 식사를 마치고 나니 승무원 분들은 부지런히 착륙 준비를 합니다. 담요와 헤드폰도 수거해 가고 간단한 쓰레기도 정리를 하죠. 예전만큼 기내 면세품 판매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마음도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13시간의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인천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의 해외여행 대부분이 서쪽으로 향하는 유럽과 아프리카라서 시차 적응이 수월했는데, 이번 라스베이거스 여행은 동쪽으로 여행을 가면서 시차 적응에 많이 힘들었죠.

요즘은 입국수속도 무인화되어 시간도 적게 걸리고 참 편리합니다. 코로나도 끝나고 까다롭고 복잡한 검역 확인 절차도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시국에는 군인과 공무원 분들이 팔자에 없는 공항에 상주하며 고생들을 많이 하셨죠. 방랑객은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지 않고 환승 구역으로 향합니다. 부산행 내항기를 타려면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입국하면 안되고 환승구역으로 가서 환승 검색을 받은 후 다시 면세 구역으로 나가야 합니다.

녹색으로 표시된 환승구역으로 들어갑니다. 수하물은 알아서 부산행 내행기에 실릴 겁니다. 같은 항공사로 환승을 하는 경우에는 수하물의 환승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간혹 내항기 구간을 빠뜨리는 지상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수하물 사고가 날 가능성은 적죠. 만약 다른 항공사 간 환승을 한다면 환승 보안검색을 마친 후, 항공사 카운터로 가서 수하물도 잘 옮겨졌는지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대한항공 2터미널의 환승구역에 의외로 손님들이 많습니다. 부산행 내항기를 타는 분들은 얼마 되지 않고 다시 동남아시아로 옮겨 타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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