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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방랑 여행기/에티오피아 - 인류의 고향을 찾아서

에티오피아 가는 방법 & 입국수속 & 현지 생활 - 간단 정리

by 생기방랑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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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로 가는 직항 - 에티오피아항공


우리나라에서 에티오피아로 가는 항공편은 크게 2가지, 에티오피아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항공은 인천에서 아디스아바바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갑니다. 에티오피아항공은 인천 - 아디스아바바 노선에 보잉 드림라이너 787을 투입하지만, 최신형 비행기라는 드림라이너의 이미지와는 달리 관리가 좀 덜 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12시간 정도 비행의 직항이라 환승의 번거로움 없이 편리하고, 에티오피아를 거쳐 아프리카 각국으로 가는 해외 파견 인력 · 봉사단 · 선교단 등 단체 손님도 많습니다.

가격은 두바이를 경유하는 에미레이트항공 최저가보다 다소 비싼 편이고, 인천공항 출발시각은 에미레이트항공보다 1시간 늦은, 자정 넘어 새벽 1시경 출발합니다. 현지시각으로 아침 7시 40분경 아디스 아바바 볼레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기내식 등은 무난한 편입니다만 아무래도 에미레이트항공의 풍요로운 서비스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승객들끼리는 별 다른 불편이 없지만, 아프리카 승객과 나란히 앉게 되면 신체 접촉이나 옆자리, 앞뒷자리 승객에 대한 배려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에미레이트항공도 두바이-아디스아바바 구간에서는 아프리카 승객들의 기내 매너가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보내는 짐, 위탁 수하물은 23킬로그램 짐을 2개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즉 가방은 2개 보낼 수 있고 각 가방은 23킬로그램까지 가능합니다. 물론 23킬로그램이 넘는 25킬로그램, 28킬로그램의 가봉도 보낼 수 있지만 추가 요금이 붙게 됩니다. 에티오피아항공은 현지시각 이른 아침에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하기 때문에 바로 호텔에 가서 짐을 풀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리 확인해서 얼리 체크인이 가능한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단기 출장에 많이 이용하는 하모니호텔 Harmony Hotel 은 얼리 체크인의 자비를 베풀었지만 (소문으로는 내전이 격화되었을 당시, 티그레이 반군의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를 열었다는 이유로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문을 닫은 상태까지 확인했습니다. (예약 전 확인해 보세요~.)

코로나 이전, e비자 없이 도착비자로만 입국 수속을 하던 때에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렸습니다. 아침 7시 40분에 비행기가 착륙해도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1시간 30분 이상은 걸렸죠. 요즘은 전자비자가 완전히 일상화되고 에티오피아 출입국 업무도 상당 부분 전산화되면서 비교적 빠른 입국이 가능합니다. 또한 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아래 에미레이트항공에 언급할 보따리장수들 참고) 물건을 가져와 팔 것도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세관 통과도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덤으로 생기는 장점 하나를 들자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해서, 한번 왕복할 때마다 1만 마일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죠. 4~5번 간다 생각하면 동남아 한 번은 다녀올 수 있는 마일리지를 모을 수 있습니다. 

귀국 편 탑승은 다소 불편할 수 있는데 , 출발시각이 밤 10시경이기 때문에 숙소 레잇 체크아웃을 하기도 애매하고 낮 12시에 체크아웃을 한 후 볼 일을 다 본다고 해도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게 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시각은 오후 5시경으로 아디스아바바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하는 에미레이트항공과 비슷하게 도착합니다.


에티오피아로 가는 두바이 환승 - 에미레이트 항공


강력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세계 정상급 항공사로 성장한 에미레이트항공은 두바이를 허브공항으로 삼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로 비행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옛날옛날 중동 지역이 동서양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였고, 역시 그 지리적 이점을 살려 지금도 전 세계를 취항지로 삼는 굴지의 항공사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보잉 777을 투입했던 걸 제외하면 인천과 두바이를 오가는 비행기는 에어버스의 A380입니다. 2010년 전후에 탔던 에어버스 380은 정말 새 비행기였지만, 2019년 경에 같은 비행기를 타보니 낡은 느낌이 들었죠. 물론 이 기종을 처음 탄다면 상당히 화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승무원들의 친절도도 에티오피아항공보다 더 좋고 기내식도 언제나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죠. 봉사단이나 선교단보다는 유럽으로 단체여행을 가는 중년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과거에는 짐 개수에는 제한 없이 30킬로그램까지 실어주었지만, 지금은 수하물 정책이 바뀌어 에티오피아항공과 똑 같이 23킬로그램 가방 2개만 무료로 실어줍니다. 가지고 타는 짐이 좀 짠 편이라 7킬로그램 가방 1개만 실을 수 있고, 특히 바퀴 달린 기내용 트롤리는 환승할 때 무게 검사를 할 수 있으므로 신경을 써야 합니다.

9시간을 밤새 타고 두바이에 도착한 후, 6시간을 쉬었다가 다시 4시간을 타고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두바이 공항을 둘러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죠. 공항을 걸으면서 뭉친 몸을 풀어줄 수도 있고, 공항 곳곳의 잠잘 수 있는 의자에 누워 쪽잠을 자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는 없는 브랜드 매장들이 제법 있기 때문에 신상품을 둘러보거나 쇼핑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화장실과 붙어있는 샤워실이 있어 마음먹고 사용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수건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 따뜻한 물만 나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오후 1시 전후로 에티오피아에 도착하게 되는데, 입국수속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하면 오후 3시경이 되므로 호텔 체크인에 부담이 없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나올 때도 오후 4시경 출국이므로 낮 12시에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탈 수 있어 좋습니다. 귀국 편 환승은 출국 편 환승보다는 더 피곤합니다. 공항에 머무는 시간이 우리나라 밤부터 서 아침까지의 시간대라 밤을 꼴딱 새우는 꼴이 되어 피곤하죠.

마일리지는 스카이워즈라는 자체 마일리지를 쌓은 후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할 수도 있고 대한항공을 예약해 탈 수도 있습니다. 1회 왕복에 대략 7천 마일 정도 되며 4~5번 다녀오면 홍콩 정도 갈 수 있는 마일리지가 쌓입니다. 하지만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나 사용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에티오피아항공을 선택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기내 좌석 구역을 정해서 승객을 태우는데 보통 중반부 좌석, 후반부 좌석, 전반부 좌석 순으로 타게 됩니다. 티켓에 구역 표시가 C, D, E 등으로 Seat Zone이 표기되어 있고 게이트의 안내 호출에 맞춰 타게 됩니다. 미리 타겠다고 순서가 아닌데 앞으로 나가면 '나중에 다시 오라'고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해 두바이를 오가는 보따리장수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해외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물건을 사 오는 장사가 목적인 에티오피아 사람들입니다. 어수룩한 동양인 환승객 뒤에서 핸드폰이나 지갑을 훔쳐가는 일은 탑승 게이트 앞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 보따리장수들은 도착 1시간 전쯤부터 기내 화장실 앞에 줄을 섭니다. 볼 일이 급한 게 아니라 사 온 물건들을 하나라도 세관에 걸리지 않게 하려고 옷을 껴입는 거죠. 에티오피아 세관은 몸에 걸친 옷이나 물품은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겹겹이 옷을 껴입어 관세를 줄이기 위해 화장실을 찾는 겁니다.

이들 때문에 에티오피아항공에 비해 세관 수속이 많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엑스레이 검색에서 1차로 걸리면 정밀검사구역을 보내지는데, 여기에는 검사를 기다리는 보따리장수들이 너무 많아, 재수 없게 정밀검사를 받게 되면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두어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에티오피아 입국 수속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국제공항은 다른 나라 수도의 공항들과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최근 공항 신청사를 완공하면서 훨씬 밝은 분위기가 되었지만 뭔가 어둑어둑, 허름허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죠.  먼저 내린 사람들을 따라 입국장 쪽으로 내려가면 외국인과 자국민으로 구분하여 입국수속을 분리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입국수속은 아프리카 타국 사람들에게 가장 엄격한 것 같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편으로 느껴집니다. 중국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죠. 몇 년 전에는 공항직원, 세관직원, 출입국직원 모두 여행객과 비슷한 복장이라 누가 직원이고 누가 여행객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출입국 직원은 심사부스 안에 있기 때문에 구분이 됩니다. 하지만 입국수속의 마지막 관문인 세관구역에서는 그냥 점퍼 차림의 세관원도 있어서 행동을 봐야 누가 누군지 구별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전자비자인 e비자가 많이 대중화되어서 훨씬 절차가 빨라졌는데 과거에는 비자 스티커에 체류기간 등을 한 땀 한 땀 손으로 다 적어줬고, 비자수수료 50달러를 내고 여권 받고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출입국 직원이 "며칠 있을 건지"를 물어보기도 했는데 이건 캐묻는 게 아니라 비자를 30일짜리, 60일짜리 중 뭘 줘야 하는지 때문에 물어보는 겁니다. 요즘은 기간이 정해진 e비자를 받아오기 때문에 체류기간을 묻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대신 호텔 이름을 물어보기는 합니다. 호텔 이름이나 주소가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고, 핸드폰에 저장된 호텔 주소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입국수속을 위해 비행기 e티켓을 한 장 프린트할 때 호텔 바우처도 한 장 출력해 두는 게 좋습니다. 아주 가끔 뭐 하러 왔냐고 물어보면 그냥 관광이라고 얘기하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습니다.  
 


수하물 찾기


짐 찾는 곳의 수하물 벨트가 여러 개인데, 모니터에 명확히 표시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내 짐이 나오는 벨트를 찾지 못하겠다면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사람들이 보이는 곳으로 가서 서있으면 되죠. 때에 따라서는 2개의 벨트에 짐이 뿌려져서 벨트 2곳을 동시에 살펴야 할 수 있습니다. 
 
에티오피아항공을 이용했다면 보따리장수들이 거의 없어 잠 찾기도 빠르고 세관 통과도 빠른데,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한다면 보따리장수들의 짐이 너무 많아 짐 찾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공항 내부는 보안이 잘 되어있어 공항 안에서 뭘 잃어버리는 일은 없겠지만 보따리장수들도 순식간에 소매치기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짐을 찾은 후 세관 구역으로 나가는 길에 줄을 또 서야 합니다. 공항 직원이 짐에 붙은 꼬리표와 내가 가지고 있는 짐 표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한국에서 탑승권에 붙여준 짐표를 잘 보관하고 있는 게 좋습니다. 물론 외국인에게는 훨씬 친절하게 대하고 의심도 하지 않기 때문에 긴장할 필요는 없죠.

 


세관 통과


세관 앞에는 면세, 과세 창구가 구분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승객의 짐을 엑스레이어에 넣어 검사합니다. 직원인지, 경비원인지, 여행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유니폼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이 통관 업무를 하며 모든 짐을 엑스레이에 넣어 검사하고, 특히 가방 안의 전자제품들은 모조리 잡아냅니다.

가끔 가방을 열어달라 하기도 하는데 사람이 많을 때는 그냥 가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외국인에게 너그러우므로 사람이 많이 몰려 있을 때 외국인 여권을 보여주면서 세관 직원에게 "나 외국인, 피곤해'라는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 그냥 나가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에미레이트항공을 타고 내려 보따리장수들과 뒤섞였는데 나 또한 정밀검사를 받게 되었다면 밖에 기다리고 있는 마중 나온 분에게 한두 시간은 걸릴 거라고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세관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짐을 모두 열어보고 과세할 물품들을 헤아리기 때문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립니다. 줄도 끝없이 긴데, 재미난 것은 검사를 기다리다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한참을 비워도 뭐라 하는 세관원은 없다는 거죠.
 
안타깝게도 정밀검사에 걸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면, 현지에 있는 누군가에 전화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잠시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 구조 요청 전화를 할 수도 있죠. 볼레국제공항은 와이파이가 잘 되기 때문에 카톡 같은 메신저를 통해서도 도움을 요청하기 좋습니다. 


 


공항 청사를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긴장되는 세관구역을 빠져나와 공항 도착 로비로 나가면 우리나라 공항과 달리 아무것도 없습니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입국하는 여행객을 픽업하러 나온 현지인은 공항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멀리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싼 호텔의 카운터가 있기는 하지만 가난한 여행객들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건물 바깥으로 나가면 멀리 주차장이 보입니다. 주차장까지 한참 걸어가면 마중 나온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대략 이 즈음에서 픽업 나온 기사나 동료를 만날 수 있죠. 이 근처에서는 택시를 타라는 호객 행위가 좀 있기는 하지만 집요하게 달려들거나 하지 않습니다. 보안이 매우 강력한 구역이기 때문에 무장 경찰들이 아주 많아 치안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공항 주차장 근처에 화장실이 있긴 한데, 충격적으로 매우 열악해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잘 가지 않으려 할 정도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공항 내에서 볼 일을 보고 나오는 게 좋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일상, 소매치기


소매치기는 에티오피아의 일상입니다. 소매치기는 주로 핸드폰을 목표물로 합니다. 현지에 2년 거주한 분이 3번, 현지에 10년 거주한 분도 7번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했다고 하니, 조심한다고 다 해결되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매치기를 본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라, 목표물이 있다면 평범한 사람도 소매치기로 변신할 수 있는 수준인 듯합니다. 어떤 분은 슈퍼마켓에서 누가 툭 치길래 자리를 비켜줬는데 나중에 보니 핸드폰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손 기술이 뛰어나거나 면도칼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주머니에 들어있는 걸 꺼내가는 수준입니다. 지퍼가 있는 주머니에 넣거나 안 주머니에만 넣어두기만 해도 소매치기의 위험성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죠. 

좀 더 집단화된 소매치기들은 외국인 같은 표적이 나타나면 여러 명이 뒤따라오다가 한 두 명이 표적을 앞질러 갑니다. 여러 명이 표적을 에워싼 후 핸드폰 같은 걸 훔쳐가는 거죠. 바지에 침을 뱉고는 실수인 척 닦아주면서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 후, 그 사이에 다른 일당이 핸드폰이나 지갑을 빼가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깥 풍경을 찍으려고 창 밖으로 핸드폰을 내밀면 누군가가 순식간에 핸드폰을 낚아채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소매치기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은 우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겁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있을 때도 서로 접촉하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고 지나가면 안전합니다. 그다음은 지갑이나 핸드폰을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하고, 지퍼가 달린 안주머니에 넣어두는 겁니다. 




현금으로 움직이는 나라,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기본적으로 현금으로 경제가 움직이는 나라입니다. 온라인 송금을 대신해서 두툼한 돈다발을 주고받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대형 슈퍼마켓이나 호텔 외에는 카드 사용이 거의 안되고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를 합니다. 은행은 곳곳에 아주 많고 모바일 뱅킹도 최근 시작되었으나 외국인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는 소식이죠.  
 
2020년, 에티오피아 정부가 화폐 개혁을 시도하며 신권 지폐와 구권을 교체하는 이벤트를 펼쳤습니다. 구권과 신권을 교환하는 시기가 지나고 이제는 구권 지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쓰레기가 되고 말았죠. 신권 지폐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과거의 질척거리며 냄새나는 구권과 달리 깨끗할 거라 기대할 수 있지만,, 역시 신권도 금방 더러운 헌 돈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럽고 너덜너덜한 지폐도 많기 때문에 평소 사용하던 지갑보다는 쓰고 버릴 지갑을 가져와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아니면 100 비르 (2~3천 원 내외) 지폐를 10장 단위로 몇 묶음 가지고 다니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환전은 고정 환율을 기본으로 합니다. 어느 은행에 가나 환전이 가능한데 여권을 보여달라는 데도 있고, 환전 서류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은행도 있습니다. 은행에서는 달러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1달러, 10달러, 100달러 등을 같은 환율로 바꿔줍니다. 에티오피아에 오래 머물다 보면 암달러 환전의 경로를 알게 되기도 하는데 암달러 거래에서는 100달러를 선호하고 그보다 낮은 금액의 지폐는 잘 바꿔주지 않거나 낮은 환율로 바꿔줍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암달러 거래는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실익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한국식당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는 한국식당이 4곳 있습니다. '아리랑'이 가장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한국기업, 공관 분들도 많이
오는 곳입니다. 음식값이 과거 150~200 비르 정도 되었는데 코로나 이후 50% 이상 올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아리랑을 운영하는 사장님 가족들이 '아리랑 2'라는 음식점을 따로 또 열었는데 아리랑 2는 전형적인 한국음식을 파는 아리랑 1과 달리 퓨전의 형식을 가미한 음식을 판매합니다.

'대장금'이라는 식당도 있는데 에티오피아에서는 먹기 어려운 삼겹살도 파는데, 소문을 듣고 찾아온 중국인 손님들도 많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소주 1병에 1만 5천 원이 될 만큼 한국 술은 귀한 몸값을 받았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아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습니다.

공항 근처에 가장 최근에 생긴 '강남'이란 식당이 있는데 이곳 사장님이 소고기를 잘 보는 분이라 늘 양질의 소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비싸지만 우리나라 한우집에서 구워 먹는 느낌 그대로의 소고기를 먹을 수 있죠. 강남 사장님은 제빵사 경력을 가진 분인데 금요일인가,, 정해진 날에 가면 좋은 빵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 '레인보우'라는 식당도 있다고 하는데 가보지 못했습니다.

 


현지음식과 패스트푸드와 현지음식


패스트푸드점으로는 와이즈버거, 치킨헛, 피자헛 등이 있습니다. 경전철 하야훌렛2역에 딱 붙어있는 겟팜호텔 옆에 치킨헛이 있는데 위생상태는 그럭저럭 하고 양은 많습니다. 콜라는 디스펜서 시스템이 아닌, 주문 후에 냉장고에서 페트병을 꺼내가는 방식입니다. 혼자 와서 쪽 피자를 먹는 현지인도 많은데 기본적으로 햄버거는 에티오피아에서는 비싼 음식에 속합니다.

현지 음식으로는 우리의 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인제라'가 있습니다. '아시아의 쌀-밥', '서양의 밀-빵'과 대칭을 이루는 것이 에티오피아의 테프와 인제라입니다. 테프라는 곡식을 수확하여 가루로 만든 후, '인제라'라는 인도의 난과 비슷한 얇은 빵을 만듭니다. 이 인제라로 고기, 야채 등을 싸 먹는 것이 에티오피아의 주식입니다. 야채는 감자, 고추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이 많고 고기는 소고기나 양고기를 주로 먹습니다.

인제라는 약간 시큼한 맛이 나는 축축한 느낌의 빵인데, 이 맛을 싫어하는 외국인들은 로컬음식을 가까이하기 어려워합니다. 에티오피아의 주식은 포크나 스푼 등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인제라를 찢고 고기나 야채를 싸서 먹습니다. 손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이 또한 음식을 먹을 때 어려움이 되죠.

현지 식당에서는 인제라를 3~4인분 주문하면 커다란 쟁반 하나에 음식이 나오는데, 에티오피아에는 한 쟁반에 있는 음식을 나눠먹은 사람들은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인제라를 먹을 때 손님에게 쌈을 싸서 먹여주는 풍습이 있는데 이걸 거절하면 실례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쌈을 싸서 외국인에게 권하는 상황을 쉽게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현지 기독교라 할 수 있는 에티오피아 정교는 '파스팅'이라는 금식기간이 있는데 이 기간에는 채식을 하거나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됩니다. 파스팅 기간의 로컬식당 메뉴는  채식인데 파스팅 기간에 채식을 같이 먹어주면 현지인들이 동질감을 느끼며 아주 좋아합니다.


복장과 날씨


에티오피아, 특히 아디스 아바바 지역은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입니다. 1년 내내 기온이 일정하고 사람이 활동하기 적절한 온도에 속합니다. 7~9월까지는 우기이며, 4월을 전후로 소우기가 있고 나머지 기간은 건기에 속합니다. 우기가 겨울에 가까워 약간 춥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건기에도 밤에는 기온이 10도 가까이 떨어지기 때문에 밤과 새벽에는 많이 춥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전기장판은 너무 크고, 전기방석 정도를 가져가도 충분한 난방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먼지도 많고 굳이 깨끗한 옷을 고집할 필요도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그냥 버려도 될만한 옷을 입되, 낮에는 약간 덥고 밤에는 추워지므로 얇은 옷 2겹 또는 반팔에 약간 두터운 겉옷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신발도 마찬가지여서 출국할 때 버릴 신발을 가져가는 게 좋고 호텔을 떠날 때 쓰레기통 위에 곱게 놓아두면 신발이 필요한 현지인이 가져다 요긴하게 사용합니다. 건조한 날씨에 땀이 흐르지도 않고, 도시 전체에 먼지가 가득하기 때문에 오물이 묻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 이상 자주 빨래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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