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시클 | 보라카이의 필수 교통수단
보라카이는 작은 섬이지만 메인도로의 교통량은 많은 편이죠. 대형버스는 보기 쉽지 않지만 공사용 대형 트럭이나 중장비 등은 많이 다닙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트라이시클을 이용합니다.
미니 트럭을 개조해 만든 승합차는 대형 리조트의 셔틀이거나 보라카이 항구에서 숙소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도 쓰입니다. 보라카이의 주민들도 오토바이를 자가용처럼 이용하거나 트라이시클을 많이 이용하죠.
필리핀의 아이콘 트라이시클
트라이시클은 바퀴가 3개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원동력으로 하고 오토바이 옆으로 4명~6명 정도를 태울 수 있는 캐빈(!)이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트라이시클은 철판을 용접해서 만들기 때문에 모양도 제각각이죠.
어떤 트라이시클은 지붕에 여행용 캐리어 몇 개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는 짐칸이 있고, 어떤 트라이시클은 사람을 더 많이 태울 수 있기도 하죠. 트라이시클은 지프니와 함께 필리핀의 아이콘과도 같은 교통수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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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시클의 매력은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죠. 쿠션감이 거의 없는, 혹은 앞자리 철판 의자에 앉아 힘겨워하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진동, 오토바이도 자동차도 아닌 것이 요리저리 골목을 다닐 때 느껴지는 속도감, 그리고 운전기사 혹은 제작자의 개성이 느껴지는 다양한 꾸밈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지붕에 작은 앰프를 달고 음악을 크게 틀고 다니는 운전기사도 있습니다. 필리핀은 국민성이 상당히 낙천적인 걸로 알려져있죠. 필리핀 말 중에 '바 할라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의 뜻대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신에게 결과를 의탁하는 마음가짐이 많은 자연재해나 빈곤함에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정서를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트라이시클은 앞면을 제외하고는 창문이 없어 바깥 바람을 그대로 맞게 됩니다. 하지만 비가 오면 운전기사가 어느새 두꺼운 비닐 천막을 달아 비를 막는 창문을 만들어주죠.
트라이시클 | 버스 혹은 택시
현지 사람들은 트라이시클을 버스처럼 이용하죠. 타고 싶은 곳에서 타고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보통 택시처럼 이용을 하게 됩니다. 빈 트라이시클을 잡아타고 요금을 흥정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돈을 내고 내리게 되죠.
보라카이에 가게 되면 운명과도 같이 트라이시클을 이용하게 됩니다. 낯설고 말도 안 통해서 처음에는 좀 불안할 수도 있지만 두어 번 타보면 우리나라 시내버스 타듯 편안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라카이 트라이시클 기사들은 대부분 유니폼을 입고 있기 때문에 쉽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관광객을 외딴 곳으로 데려가 돈을 갈취한다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오전에 만났던 트라이시클 기사를 오후에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게 되기도 하죠.
전기 트라이시클의 등장
요즘은 보라카이에 전기 트라이시클이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깨끗한 환경 유지가 더 절실한 보라카이에서는 매캐한 매연을 뿜는 구형 트라이시클보다는 친환경적인 전기 트라이시클이 더 어울리겠죠. 덜덜거리는 진동과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점차 사라지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전기 트라이시클의 등장을 환영해야겠죠.
전기 트라이시클은 모양새도 완전히 다릅니다. 오토바이 옆에 철판을 덕지덕지 붙여 만든 구형 트라이시클에 비해, 전기 트라이시클은 강화 플라스틱으로 예쁘고 알록달록한 모양새를 뽐내고 있죠. 놀이공원에서 나올 법한 귀여운 모습으로 매연도 소음도 없이 조용히 도로를 달립니다.
전기 트라이시클도 단점이 있습니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멀리 다녀올 수 없는 거죠. 디몰 근처에서 전기 트라이시클을 잡아타고 섬 서쪽 끝에 있는 쇼핑몰인 시티몰을 가자고 하면 운전기사는 잠시 고민을 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배터리로 거기까지 갔다올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는 거죠.
화이트비치의 스테이션 1, 2, 3를 오가는 정도의 거리는 쉽게 오갈 수 있지만 멀리까지 가자고 하면 운전기사들이 종종 탑승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전기 트라이시클의 유일한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금 흥정이 어려운가요?
딱 하나 어려운 것이 요금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트라이시클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가 요금을 이야기합니다. 관광객에게 약간의 바가지를 씌우기도 하지만 그렇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겁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처럼 반값으로 깎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주변의 다른 기사들에게 요금을 물어보면 평균치가 나오죠. 이렇게 요금을 기억해두면 그다음 번 트라이시클을 탈 때 더 안심이 됩니다.
트라이시클 운전기사 중에 개인택시처럼 자기 소유의 트라이시클을 몰고 나와 돈을 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트라이시클을 빌리고, 자기 돈을 기름을 사 넣고 영업을 뛰죠. 바가지를 당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기 보다는, 이들의 고된 삶에 작은 응원을 하는 의미로 요금을 넉넉하게 준다고 생각하면 여행하는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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