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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방랑 여행기/필리핀 보라카이 - 필리핀이 숨겨둔 작은 천국

보라카이 여행기 #9 - 화이트비치 너머,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by 생기방랑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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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 작은 천국에 가려진 현실의 삶

화이트비치와 일몰의 아름다움에 홀려 긴장이 풀어진 관광객의 눈에는 보라카이 주민들의 삶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광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제법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되죠. 두둑하게 돈을 쥐고온 관광객과 잘 살고 못 사는 정도를 비교하는 것이 아닌, 나고 자란 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보는 거죠.

 

까티끌란에서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배를 타고 보라카이로 갈 때는 보라카이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같은 배를 타고 섬을 오가는 주민들만 있을 뿐이죠. 호핑투어나 다른 이유로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면 무대 뒤편의 모습을 보듯 현실의 보라카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섬 반대편, 코발트 빛 바다와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화물선과 해변에 잔뜩 쌓인 물건과 자재들이 보입니다. 화려한 백화점이나 호텔의 창고를 보는 느낌이죠. 보라카이를 찾는 관광객들이 먹고 마시고 소비할 물건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머물 호텔과 식당을 만드는 건축 자재들도 이렇게 들어옵니다. 어느 섬에나 있을 수 있는 모습이지만,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섬 반쪽이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거겠죠.

그냥 봐도 술병을 담은 상자들과 가스통들이 보입니다. 섬 자체가 관광객들의 소비가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소비하는 물자들은 끊임없이 공급이 되어야 하겠죠. 2018년 환경 회복을 이유로 6개월 간 섬이 폐쇄되었을 때, 관광객 유입이 없어 보라카이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관광객들이 섬을 먹여 살리고, 한편으로는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환경을 망가뜨리는 영향이 섬을 죽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장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파괴되는 환경보다는 끊임없이 소비를 이어가는 관광객이 반가울 수밖에 없겠죠.

 

섬 뒤편을 유심히 살피면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도,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본 섬인 아클란 지역으로 옮기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디나 그렇듯 세계적인 관광지인 보라카이 안에서도 빈부의 격차는 명확히 나타납니다. 호텔 뒤편에 자리한 양철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 아프리카의 빈국 에티오피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통의 가옥 구조이지만 필리핀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못 사는 사람들의 집에 속합니다.

 


대충대충 생기방랑 여행기 | 보라카이 Boracay

1. 보라카이로 가는 길 Boracay

2. 칼리보 숙소 - 서버비아가든호텔 Suberbia Garden Hotel

3. 칼리보 숙소 - 프리미어비즈니스호텔 Premiere Business Hotel

4. 보라카이~! 여름에 갈까요? 겨울에 갈까요?

5. 보라카이 숙소 - 르 솔레일 드 보라카이 Le Soleil de Boracay

6. 매력 가득 보라카이 바다

7. 스노클링과 푸까비치, 글라스 바텀 보트

8. 보라카이 교통수단 트라이시클

9. 화이트비치 너머,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10. 맥도날드 vs 졸리비

11. 과일 쉐이크 가게 조나스 Jonah's

12. 보라카이 쇼핑의 최강자 시티몰 CityMall

13. 보라카이에 덤,, 칼리보 여행 그리고 칼리보공항


 

 

평범한 그러나 인상적인 주민들의 삶

보라카이의 동서를 잇는 메인 도로로 나가면 주민들의 삶을 보다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메인도로를 따라 관광지를 오가는 사람들, 출퇴근과 일을 하는 주민들, 학교에 가고 오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죠.

 

전신주마다 시커먼 케이블이 가득합니다. 나중에 전신주를 교체한다면 이 복잡하게 얽힌 케이블들을 다 풀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디까지가 전기선이고, 어디서부터가 인터넷 선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케이블이 많은 건 그만큼 전기와 네트워크를 통한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는 방증이겠죠. 보라카이는 가까운 본섬으로부터 해저 케이블로 전기와 인터넷 네트워크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거리에서는 핸드폰 심카드나 핸드폰을 판매하는 매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6년 필리핀에 왔을 때에도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은 나름 대중화가 되어있었고, 통화료를 아끼기 위해 문자 메시지로 통화를 대신하는 방식이 일상적이었죠. 공항 매점에서 핸드폰 공기계와 심카드를 여권 복사본 한 장만 내면 살 수 있을 만큼 통신 정책도 개방적이었답니다.

 

물론 요즘도 필리핀이나 홍콩,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핸드폰 번호를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통신 정책은 개인의 신분 확인에 더 엄격하고 페쇄적인 것 같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는 학교 앞 풍경

보라카이 메인도로에서 곁길로 조금 들어가니 초등학교가 나옵니다. 더운 나라의 학교들은 유리창도 없거나 대부분 열려있어 학교 안이 훤하게 들여다 보이죠. 마침 이날은 수업이 없거나 끝난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교실 안이 텅 비어있습니다.

 

어느 나라라도 학교 앞은 마찬가지인지, 아이들의 동심을 홀려 돈을 버는 장사꾼이 있는 모양입니다. 왼쪽의 아저씨는 번호 뽑기로 상품을 뽑아가게 하는 장사꾼입니다. 돈을 내고 번호를 하나 뽑으면 그 번호에 맞는 상품을 받아갈 수 있는 거죠. 여학생이 관심 있게 뽑기판을 살펴보고 있지만,, 글쎄요? 마음에 드는 좋은 상품을 번호를 뽑아 가져 갈 수 있을까요? 절반 정도는 눈속임과 사기가 아닐까 싶네요.

 

학교 맞은 편 문방구 쇼윈도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이 걸려있네요. 예나 지금이나 문방구 유리창 너머에는 갖고 싶은 것들이 가득하죠.

 

 

보라카이 메인도로에 있는 학교 앞, 스쿨존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교 시간이 되자 학교 앞이 복잡해집니다.

 

옷은 동네 아저씨와 다를 바 없지만 신분증을 목에 건 학교 선생님이 하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통정리를 합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학교 정문 옆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이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네요. 종을 울려 시선을 모으고 아이스박스 안에는 얼음주머니와 아이스크림이 들어있습니다.

 

선생님도 오가는 트라이시클과 오토바이들을 통제할 뿐, 아이스크림 장사치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네요. 아이스크림 장수들이 입고 있는 옷에는 셀렉타 라는 글로벌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그려져 있네요. 셀렉타는 우리에게 생활용품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 브랜드 유니레버의 계열사이고, 아시아에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지사가 있습니다.

 

씀씀이가 작은, 혹은 작을 수 밖에 없는

이제 구멍가게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보라카이에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이라 부를만한 큰 매장들이 몇몇 있지만 구멍가게들도 많이 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온갖 물건들을 다 팔고 있는데, 천장에 주렁주렁 매단 비닐봉지들이 눈에 띕니다.

 

주로 세탁 가루비누,샴푸, 치약 같은 것들이 옛날 줄줄이 사탕처럼 길게 매달려있죠. 이런 모습은 개발도상국 상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처럼 큰 통에 들어있는 대용량 제품을 구매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 쓰는 소비형태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자들을 위해 작은 포장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닌 거죠. 

그래서 싱가폴 같은 경제자유구역에는 벌크 형태로 대량의 제품을 들여온 다음, 주변 선진국에는 대용량 용기에 제품을 담아 내보내고, 개발도상국에는 작은 비닐포장이나 용기에 '소분'하여 내보내는 기능도 있다고 하죠.

 

 

 

평범하지만 특별한 관광지 주민들의 삶

하루는 디몰 근처,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목격했습니다. 현지 주민의 장례식을 만난 건데요, 현지에 거주하는 인구보다 훨씬 더 많은 관광객의 정신없는 웃음 속에 조용히 슬픔의 의식을 치르는 유족들의 모습에 잠시 숙연해지기까지 하네요.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은 평범하지만, 보통의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는 뭔가 다른 특별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충대충 생기방랑 여행기 | 보라카이 Borac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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